10대 청소년 싸움 부추기는 카페까지 등장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이 스마트폰 채팅 도중 말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피’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피는 ‘현실’과 ‘Player Kill’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로, 온라인상의 마찰이 현실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다. 우리 생활에서 온라인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현피로 촉발된 범죄 역시 늘어나고 극단화하는 양상이다.
현피는 10여년 전 등장한 신조어로, 당시만 해도 폭력성 짙은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일부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해 현실에서 마찰을 빚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인터넷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비단 게임중독자뿐 아니라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현피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나 ‘현피 뜨자’는 게시물과 댓글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10년 9월 대구에서는 인터넷 방송의 게임 진행자 B(24)씨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한 게임동호회 회원 A(28)씨 등 8명이 B씨를 직접 찾아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상에서 자신들을 비하한 것을 참지 못하고 벌인 대표적인 현피 사건이다.
현피는 주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감정 표현이 즉각적인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월 발표한 ‘인터넷 윤리문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38.5%, 30대 40.3%, 20대 58.2%, 10대 76%였다. 사이버상 갈등이 현실로 표출되는 것이 현피라는 점에서 볼 때 10∼20대 젊은 층의 현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현피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1월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다툼으로 청소년 12명이 칼부림 난투극을 벌였다. 러시아에서는 2007년 12월 게임 캐릭터를 죽인 것이 발단이 돼 게임 동호회 회원들이 다른 동호회 회원 1명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 윤리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숭실대 박창호 교수(정보사회학)는 “온라인에서는 상대의 인격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공격성을 표출한다”며 “이것이 오프라인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므로 ‘인터넷 사용 예절’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영삼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장은 “빠른 것을 특성으로 하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부족해 감정표현이 즉각적”이라며 “가정·학교·사회가 나서 올바른 인터넷 사용 교육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현태·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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