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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54초만에 탐지…한미사령관도 감탄

입력 : 2012-04-30 09:25:41 수정 : 2012-04-30 09: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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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최초 탐지’ 세종대왕함 김명수 함장 “Sejong the great is great(세종대왕함이 최고다).”

지난 13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된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3호’를 최초로 탐지한 세종대왕함(7600t급)의 긴급보고를 화상을 통해 지켜보던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이 외친 말이다. 북한이 2009년 4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에서 장거리미사일 ‘광명성 2호’를 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발사 사실을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었다.

세종대왕함을 이끌며 서해상에서 미사일 탐지작전을 펼친 김명수 함장(46·대령·해사43기)은 29일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11일부터 율곡이이함과 함께 탐지·추적작전에 돌입해 동창리 기지를 24시간 밀착 감시했다”며 “미사일 발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말했다. 키 185㎝, 몸무게 85㎏의 우람한 체구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에서 김명수 함장이 지난 13일의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탐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해군 제공
27일 ‘북 장거리미사일 대응 유공자 포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을 축하하자 “승조원 모두의 힘이 모아져 된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세종대왕함 제3대 함장인 그는 2009년 세종대왕함이 동해에서 북한 미사일을 추적할 때는 작전을 총괄하는 작전관(당시 중령)으로 근무했다. 미사일 탐지·추적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오전 7시38분55초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 뒤 54초 만에 SPY-1D 레이더상에 타원형 표시가 떴고, 곧바로 탄도미사일을 의미하는 ‘M’이 레이더 스쿠프상에 식별됐습니다.”

2009년에는 15초 만에 탐지했는데 이번에는 54초다. ‘늦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발사시간은 T-제로(발사 카운트를 할 때 ‘0’을 세는 순간)를 기준으로 하느냐, 로켓 점화 시각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은 발사시점도 중요하지만 어느 고도에서 포착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발사 방향과 가속도를 예상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함장은 “이번에 추락한 미사일은 두 개로 쪼개졌지만 1, 2단 추진체가 정상 분리됐는지 여부는 레이더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바다에 떨어진 20개의 파편 가운데는 아주 작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발사된 광명성 2호의 길이가 31∼32m 정도인데 광명성 3호는 30m로 줄었다고 했다. 세종대왕함의 탐지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도 남쪽으로 쏘는 미사일은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구 자전 방향인 ‘서→동쪽’보다 ‘북→남쪽’ 미사일 발사가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합니다. 미사일 추락 후 1단 추진체의 추력 확보 문제가 거론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번에 직무 배치와 사전 리허설을 거치며 세종대왕함의 작전능력이 2009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반복된 훈련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2009년에는 세종대왕함이 전력화 후 처음 작전에 투입된 상황이었습니다. 미군에게서 배워 왔지만 챙겨야 할 게 많았죠. 6개월 정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1∼2개월로 단축됐어요. 두 차례 나로호 발사를 탐지·추적했던 경험도 녹아 있습니다.”

‘서해상에서 미군 이지스함 2척도 미사일을 추적했는데 누가 먼저 확인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미군이 어느 시점에 발사 사실을 파악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미군 쪽에 발사 정보를 건넨 것은 맞다”며 “셔먼 사령관이 칭찬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에 앞서 챙긴 것이라는 의미다.

부담감도 크다고 털어놨다.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세종대왕함이 최일선에서 탐지·추적 임무를 맡아 성과를 내다 보니 승조원들이 힘겨워하기도 합니다. 사격통제부사관으로 이번 미사일 발사를 탐지해 훈장을 받은 허광준 상사도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앞으로 후배 함장들의 고민이 작지 않을 것입니다.”

‘세종대왕함이 탐지는 잘하지만 요격은 못하는, 무늬만 이지스함’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세종대왕함에 SM-3나 SM-6 같은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갖추는 문제 이전에 국민이 안보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못한 현실에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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