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25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소환과 동시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선거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6일에는 세중나모의 자금관리 담당 간부 A(41)씨를 전격 소환키로 했다.
세중나모는 이명박 대통령과 30년지기인 천신일 회장의 회사라는 점에서 천 회장의 이른바 ‘30억 특별당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MB) 대선캠프의 최대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끈 인물인 데다 최 전 위원장은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다가 “대선여론조사에 썼다” “개인용도였다”는 등 말을 바꿔 이 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MB 30년지기’ 회사 자금간부 소환…30억 당비대납 재수사?
검찰이 이날 소환을 통보한 A씨는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세중나모 측에서 10년 넘게 자금 업무만 담당했다. 특히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 은행권 등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을 끌어오는 역할을 해왔고, 해외 여행업체의 현지 여행경비도 회계처리해 왔다.
2010년 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무혐의 처분한 특별당비 대납 의혹을 검찰이 다시 꺼내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검찰은 ‘2007년 대선에서 천 회장이 이명박 대선 후보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 “천 회장이 담보를 제공하면서 이 후보가 은행에서 대출받아 당비를 냈다”고 밝혔다.
당시 천 회장은 이 후보가 특별당비로 쓸 30억원을 대출받는 데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했고, 이 후보는 서울 서초동 대지 등에 근저당권을 천 회장 앞으로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MB캠프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천 회장 등 원로들과 핵심인사들이 선거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씨의 개인비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A씨가 여행업계에서만 일한 점에서 천 회장과 연관된 자금 수사일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MB멘토, 왕차관, 민정수석, 금감원장…로비에 엮인 ‘권력실세’
검찰은 이날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파이시티 측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로비명목으로 받은 자금을 MB캠프 등 2007년 대선 과정에 쓴 것이 아닌지를 집중 추궁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10년 10월2일 경찰 특수수사과 수사를 받던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와 조찬을 겸한 자리에서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현 법무부장관)에게 전화해 동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권 수석이 일정을 이유로 어렵다고 하자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11월23일 위원장실로 찾아온 이 전 대표에게 “사업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도 전화해 “파이시티 측 민원을 잘 살펴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하던 2007년 당시 강철원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찌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그 이전부터 여러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한다. 이날 박 전 차관의 집 외에 대구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파이시티 측 자금으로 지난 총선을 치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방 묘연한 40억원은 어디에 썼나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구속)씨를 통해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돈은 2005년 1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모두 61억여원이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규모는 21억5000여만원이 고작이다. 이 전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 경찰 수사 당시 34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 전 대표 주장이 맞다면 40억원은 대선 전에 넘어갔지만 사용처가 묘연한 셈이다. 최 전 위원장의 오락가락 행보도 대선자금 의혹을 키우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처음에는 금품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검찰 소환이 임박하자 “대선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다가 하루 뒤에는 “개인용도로 썼다”고 또다시 용처를 번복했다.
정재영·장원주·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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