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美 망명 때 진술
“구카이라이측 인사들 청산가리 강제로 우겨넣어” 영국인 사업가 네일 헤이우드가 독살되는 순간, 현장에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지난 2월 6일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30시간 머물며 망명을 시도할 때 미 외교관에게 “구카이라이가 ‘내가 독살했다’고 세 차례나 진술했다”고 말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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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카이라이 네일 헤이우드 |
이와는 달리 대만 연합보는 구카이라이가 본인의 생일 음식으로 끓인 국을 들고 호텔로 헤이우드를 찾아왔으며 보 전 서기의 심복이자 집사인 장샤오쥔(張曉軍)에게 독약을 국에 풀게 했다고 전했다. 연합보에 따르면 헤이우드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 국을 마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는 것. 연합보는 또한 왕 전 국장이 보 전 서기의 지시로 이 사건의 뒤처리를 맡았으며 부검의를 불러 헤이우드 시신에서 살 한 조각을 잘라 보관하도록 했다. 이 증거는 구카이라이의 자백을 끌어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고 한다. 왕 전 국장은 사건 수사를 통해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의 외도 대상이었고 보 전 서기 부부의 해외 재산 도피에 관한 증거자료를 수집한 사실을 알게 됐다. 보 전 서기 부부도 이를 알고 있었고 제 18차 당대회때 최고 지도부 입성의 폭탄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독살 명령을 내렸다고 연합보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보 전 서기 사건을 놓고 중국 지도부와 대립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周永康)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동안 비호하던 보 전 서기와 작별을 고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우 위원은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최고법원장 회의 개막연설에서 “어떠한 개인이나 조직도 법을 뛰어넘는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저우 위원은 “개혁개방 30여년 동안 중국의 법치주의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으며, 특히 법 집행 면에선 모든 사람은 법률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관영매체의 저우 위원 보도가 정상화됐다며 저우 위원의 이 발언은 중국 지도부와 보 전 서기에 자신의 입장을 밝혀 보시라이 사건의 족쇄에서 벗어났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중국 사이트 보쉰(博迅)닷컴도 저우 위원이 저항을 포기했으며, 보 전 서기 비호에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후계체제 지지로 입장을 바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일치시켰다고 주장했다.
영국 더 타임스 등 영국매체들은 다롄(大連) 스더(實德)그룹 쉬밍(徐明) 회장이 1998년 구카이라이와 아들 보과과(薄瓜瓜) 등과 함께 런던으로 가 보과과의 학교를 주선했으며 당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보과과는 24일 하버드대학 학보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학비지원 및 입학특혜, 방탕한 사생활 등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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