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이상자에게 얼굴 왼쪽 관자놀이를 칼에 찔린 미국 뉴욕 경찰관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6년차 경찰관인 에더 루어(28·사진)는 지난 17일 오전(현지시간) 동료와 순찰차를 타고 근무중이었다. 911을 통해 긴급 출동지시가 내려졌다. 뉴욕 107가 근처 한 아파트에서 정신 이상을 겪는 20대 청년이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911에 도움을 요청한 어머니는 두 경찰관에게 아들을 병원까지 데려다 주길 요청했다. 마침 문제의 청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왔다. 그는 “나 혼자 가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두 경찰관은 청년을 따라가 자신들이 병원까지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갑자기 청년이 칼을 꺼내 루어 경관의 얼굴을 찔렀다. 칼은 얼굴 왼쪽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루어 경관은 직접 칼을 뽑은 뒤 누군가 건네준 수건으로 지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루어 경관은 곧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들었다.
당시 뉴욕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신경외과 책임자인 조수아 베더슨 박사는 회의 참석차 1500㎞나 떨어진 플로리다주에 있었다. 병원으로부터 급히 호출 전화를 받은 베더슨 박사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갔다.
칼은 측두엽을 뚫고 뇌 신경을 조절하는 부위 아래까지 13㎜가량 들어간 상태였다. 시각을 관장하는 부위와도 몇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왼쪽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간 대뇌동맥이 손상돼 있었다. 베더슨 박사는 두개골에서 2㎝가량의 뼛조각을 빼내 출혈을 멈출 수 있었다.
베더슨 박사는 “칼이 1㎜만 더 들어 거거나 몇 분만 늦었더라도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었다”면서 “루어 경관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다”고 말했다.
루어 경관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한 달 뒤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 예정이다. 우려되는 안면 마비 등 후유증도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에서 깨어난 그가 임신 5개월째인 아내에게 건넨 말은 “여보 난 괜찮아. 조금 아플 뿐이야”였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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