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은 지난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주전 마스크를 썼다. 3번째 옵션이었지만 양의지의 부상과 용덕한의 2군행으로 뜻밖의 기회를 잡은 것. 데뷔 첫 1군 선발 출전이었다.
1년 선배 이용찬과는 이날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젊은 에이스와 백업 포수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함께 할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재훈은 완벽에 가까운 리드로 이끌었다. 초반에는 포크볼로 타자들을 현혹시키더니 변화구가 눈에 익기 시작한 중반부터는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범타를 유도해냈다.
7회에는 강견이 위력을 발휘했다. 2사 1루에서 2루를 훔치던 김상수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낸 것. 이를 지켜본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재훈이의 송구 능력만큼은 팀 내 포수 중 최고로 평가하신다. 그 정도로 뛰어나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4-3으로 쫓긴 9회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사 2루의 위기에서 블로킹에 대한 압박감을 가질 법 했지만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유도해내는 배짱도 선보였다.
타석에서는 노림수가 돋보였다. 최재훈은 4회 1사 3루에서 윤성환을 상대로 1타점 우전 안타를 쳐냈다. 기다리던 커브가 들어오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려 결승 타점을 만들어냈다. 수준급 투수 리드에 결승타까지 쳐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첫 선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2008년 신고 선수로 입단한 뒤 최고의 하루를 보낸 최재훈은 "그동안 의지형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의지형 만큼 하려고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첫 선발 출전이라 긴장도 되고 설렜다. 너무 이기고 싶고 들떠서 타격에서는 실수도 나왔던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최재훈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든 팀들에 외면을 받았다. 2008년 신고선수로 간신히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2년 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군입대를 선택했다. 경찰청에서 일취월장한 그는 이제 두산에 꼭 필요한 선수로 성장했다.
두산은 해마다 히트 상품을 탄생시켰다.
이종욱과 손시헌, 김현수, 고영민 등이 그렇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최재훈이 당장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여실히 보여줬다. 삼성전에서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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