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갖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5·한국명 강주미)을 16일 서울 광화문 부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174㎝의 훤칠한 키에 출중한 미모로 주변의 시선을 단번에 확 사로잡았다. 게다가 카네기홀은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서 보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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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독일 만하임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나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한 클라라 주미 강은 한국어가 유창하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게 했다. 독일어를 쓰면 혼났다”고 말했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
그는 일본 투어 연주회 도중 잠깐 한국에 들렀다. 카네기홀 연주는 세계 3대 바이올린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 콩쿠르 2010년 우승자인 그에게 주어진 일종의 ‘특전’이다.
“14일 나고야 공연을 마치고 입국했어요. 19일 후쿠오카에서 연주회가 있어 다시 출국해야 합니다. 일본 관객들은 워낙 묵묵히 음악을 들어요. 연주에 방해가 될까봐 박수도 아껴 치죠. 처음엔 ‘내가 별로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요.”(웃음)
강주미가 2800석 규모 카네기홀 스턴오디토리엄 무대에서 뉴요커들에게 선사할 곡은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베토벤과 라벨의 소나타 등이다. 그가 연주할 바이올린은 1683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제품. 전 세계에 600여 점밖에 없는 희귀한 악기다. 지난해 6월 영국 경매시장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한 점이 무려 980만파운드(약 17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주미는 인디애나 콩쿠르 우승 상품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제품을 4년간 무상으로 대여받아 쓰고 있다.
“연주자에게 악기는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잖아요. 오래된 악기이다보니 조심해 다뤄야 하죠. 수백년 된 나무로 만들었다는데 재질이 워낙 좋아선지 연주할 때 다른 악기와는 느낌이 많이 달라요.”
강주미는 얼마 전 한 화장품회사 광고모델이 됐다. 그런데 몇몇 언론에 ‘바이올린을 켤 때 쓰는 활 구입비 마련을 위해 모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한동안 애를 먹었다.
“그때 ‘출연료 받아 어디에 쓸 거냐’는 기자 질문에 답한 것이 약간 와전됐어요. 물론 좋은 활은 꽤 비싸요. 한 개에 1억∼2억원 하는 제품도 있죠. 하지만 그건 광고를 찍은 여러 이유 중 하나에 불과했거든요. 지인들 사이에 ‘주미가 바이올린 활 사려고 화장품 모델이 됐다’고 잘못 알려져 참 난감했어요. 이제 오해가 풀렸으면 합니다.”
강주미의 카네기홀 공연에서 피아노 연주는 손열음(26)이 맡는다. 손열음은 지난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급부상 중인 신예 피아니스트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로 강주미가 04학번, 손열음은 02학번이다. 강주미는 “열음 언니와 함께 연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며 “이번 카네기홀 공연이 우리 둘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네기홀 공연을 마친 뒤에는 오랜만에 국내 팬들과 만난다. 6월22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솔로를 위하여’ 공연이 그것이다. 강주미를 비롯해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기타리스트 박종호 등이 참여한다. 강주미는 에른스트, 크라이슬러 등의 바이올린 명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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