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김구라가 과거 했던 '막말'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김구라는 16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 인터넷 방송을 통해 말했던 내용들이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면서 "오늘 이 시간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사실상 잠정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구라는 지난 2002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창녀를 위안부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그는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윤락여성들이 경찰의 무차별 단속에 반발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집단 침묵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이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공식입장 발표에 앞서 김구라는 진행 중이던 모든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 하차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구라가 고정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KBS 2TV '불후의 명곡 2', SBS '붕어빵',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tvN '화성인 바이러스' 등 한 두 개가 아니어서 방송가는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김구라는 최근 tvN '코리아 갓 탤런트 2' MC로도 낙점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의 갑작스러운 잠정 은퇴 발표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이미 10년 전에 한 발언 때문에 지금 모든 활동을 접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것과 "우리나라는 유독 위안부 문제에 민감한데 너무 심한 발언을 했다"는 등의 반응으로 갈리고 있는 것.
특히 지난 9월 방송인 강호동이 탈세의혹으로 잠정 은퇴한 데 이어 김구라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김구라는 "연예인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다. 대중이 TV에 나오는 제 얼굴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방송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강호동이 했던 발언과 비슷한 은퇴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방송은 대중과의 약속과 다름 없는데, 개인적인 문제를 들어 일방적으로 은퇴와 하차를 발표하는 사례가 증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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