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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숨겨진 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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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11 21:03:00 수정 : 2012-04-12 0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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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의 강제수용소 굴락(Gulag)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73년 ‘수용소 군도’를 펴내면서 서방에 알려졌다. 책 제목부터가 소련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수용소를 군도(群島)에 비유했다. 작품은 수백만 명을 가두고 그 대부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용소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수용소 체제가 소련사회의 정신상태에 병적으로 반영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수용소 체제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언론인 출신으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앤 애플바움의 지적 역시 구체적이다. 그는 저서 ‘굴락의 역사’에서 러시아혁명 이후 70여년간 러시아 전역에 설치된 수천개의 굴락에 약 1800만명이 강제 수용되고, 최소 450만명이 숨졌다고 강조했다. ‘공산주의의 적’으로 몰려 굴락에 수용된 사람들은 이후 사회의 ‘기생충’, ‘독초’ 등으로 전락해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굴락은 모든 종류의 범죄자를 수용했지만 정치범 수용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현재 15만명 이상이 감금돼 있고,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그제 발간한 ‘숨겨진 굴락(Hidden Gulag)’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는 수용소에 정치범 자녀와 부모까지 수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으로 탈출해 임신한 여성에 대해서는 강제로 낙태시키고 유아를 살해하는 등의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고 한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특사는 이와 관련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굴락보다 더 잔혹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주로 북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전기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어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체계적인 고문과 처형,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폭로했다. 보고서 발간과 함께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탈북자는 “수용소에서 살 때 1년에 두 번씩은 공개처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북한 정권은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실태조사부터 받아들이도록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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