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대 김흡영 교수(조직신학)는 최근 출간된 ‘도(道)의 신학 II’(사진) 부록편에 실린 ‘나는 왜 신학자가 되었는가?-신학자가 된 우주항공학도의 고백’을 통해 한국적인 그리스도교(기독교)의 탄생과 정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00년 펴낸 ‘도의 신학’에서 서구적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그리스도교의 한국화을 주창했던 그는 ‘도의 철학’ 출간 이후 쓴 논문들을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공학을 전공한 뒤 기업체 해외근무 중 돌연 종교적인 체험을 하면서 그리스도교인이 된 그는 제1부 ‘도의 신학의 배경’에서 유교 문화와 그리스도교 신학의 만남을 논한다. 김 교수는 유교의 효사상과 그리스도교의 효사상을 조명하면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효사상에서 서로 공명한다는 것.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삼강오륜의 으뜸 덕목인 부자유친(父子有親)을 이룩한 최고의 효자로 정리한다.
또 왕양명(王陽明)의 양명학과 서구 신학자 카를 바르트를 통해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재조명한다.
이어 제2부 ‘도의 신학 서설’에서는 한국적 신학 패러다임을 모색한다. 20세기 새롭게 각광을 받게 된 ‘삼위일체론의 르네상스’ 흐름을 평가하면서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새로운 삼위일체론의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제3부 ‘도의 신학과 자연과학’에서는 사회생물학의 도전과 종교적 대응을 비롯해 인터넷, 가상현실 등 사이버공간과 디지털 문화의 출현을 신학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현대과학, 그리스도교, 유교와 도교 같은 동양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삼중적 대화(trilogue)를 제안한다. 서로 다른 종교 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의 신학’의 의미는 책 머리말에 잘 나타난다.
“이미 남들에 의해 결론이 내려진 남들의 것에 주석을 붙여 내 것인 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솔직하게 나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은 결코 최종적인 결론이라 할 수 없고, 모두 하느님의 도를 묵상하며 추구하는 도상에 있는 것들이다. 곧 도상에 있는 도의 신학이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