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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거선심에 망가지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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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타격… 동반성장 물건너가
인기영합 정치 쇄신해야 경제활력
선거 열풍에 휘말려 경제정책이 표류 상태이다. 금융위기를 힘겹게 극복한 경제가 선거의 덫에 걸려 다시 혼돈에 빠지고 있다. 여기에 여야가 치열한 정치싸움을 벌이며 무모한 정책을 내놓아 경제가 방향감각마저 잃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교수(전총장)·경영학
우선 선거 가열로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 정부가 미래권력만 쳐다보고 팔짱을 끼고 있어 서민경제가 난국을 맞고 있다. 최근 서민경제에 내우외환이 겹쳤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0조원을 넘었다. 가구당 평균 5000만원이나 된다. 서민들은 빚을 갚기는커녕 생계를 위해 다시 빚을 얻어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 규모만 줄이면 된다는 형식논리로 제도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서민들이 사금융의 사지로 내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언제 다시 급등할지 모른다. 정부가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물가상승의 둑이 터져 서민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지난달부터 무상교육, 유치원비 지원, 무상급식 확대 등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결과이다. 이러한 정책이 없었다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1%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복지지출을 정부가 대신 지불했기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떨어진 것처럼 계산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복지지출 증가가 국민의 세금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늘어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정부의 재정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선심성 복지지출로 착시효과를 일으켜 거꾸로 물가불안과 재정불안을 키우고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켜 갖가지 방안을 강구했으나 재벌기업의 반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위원장까지 사퇴했다. 재벌기업의 위협에 골목상권까지 내주고 있는 중소기업이 설 땅을 잃고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여야 정치권은 인기영합적인 선거공약을 쏟아냈다. 이 현상은 12월 대선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약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수렁에 빠뜨리는 것이다. 정치권은 서민의 고통을 해소한다는 논리로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복지정책을 계속 강화해 내놓고 있다.

복지정책은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스스로 주저앉는 자괴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재벌개혁을 경쟁적으로 외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업종 보호, 내부거래조사 강화 등 강도 높은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 재벌기업의 도움 없이는 경제회생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선거 후 곧 재벌개혁이 재벌보호로 바뀔 수 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모순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총선에 이은 대통령 선거가 우리 경제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해이다. 정부는 임기 말일수록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올바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하여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소신껏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가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의 쇄신이다. 여야는 인기영합, 지역영합, 재벌영합 등 퇴행적 정치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 앞에 떳떳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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