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좋다 이거예요. 박희순을 박휘순이라고 해서 기사가 잘못날 수도 있죠. 그런데 저를 박휘순이라고 부르는 팬들은 뭡니까?”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희순을 만나 유쾌한 ‘토크타임’을 가졌다. 코믹 스릴러 영화 ‘간기남’의 주인공답게 대화 내내 유머와 재치가 빛났다.
빛날 희(熙)에 진실 순(純). 남자치고는 독특한 이름 때문에 살면서 에피소드도 많았다. 겨우 한 획 차이인 개그맨 박휘순씨와는 “아직 만나본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를 돈독한 유대감이 느껴진다”며 너스레를 떤다. 이어 자신을 아직도 박휘순으로 아는 팬들도 있다면서 “이제는 배우 박희순으로 꼭 기억해달라”며 농 섞어 말한다.
‘맨발의 꿈’ ‘혈투’ ‘의뢰인’ ‘가비’ 그리고 ‘간기남’까지.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5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명실상부 ‘다작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기자분들 만나 인터뷰하기도 미안해요. 좀 쉬어야 할까요?(웃음) ‘간기남’ 일단 개봉하고 나면 천천히 다음 작품 준비하려고 해요.”
‘간기남’은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간통 전문 형사 선우(박희순 분)가 진범을 잡아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수사극이다. 박희순은 “코미디, 스릴러, 멜로 등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어서 연기할 때는 고민도 참 많았다”고 촬영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그가 맡은 선우는 사건을 파헤칠 때는 진지하다가도 동료들과 욕 섞인 코믹 대사를 주고받는가 하면,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는 열정적으로 돌변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다양한 면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각 부분에서 부족한 것들을 메워나가는 방향으로 연기에 임했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런데 상대배우 박시연의 파격노출과 두 사람의 베드신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느낌도 든다고. 박희순은 “애정신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배우에게도 무척 어렵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박시연씨도 힘들 것 같고. 영화의 진정성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조심스럽게 주문했다.
이쯤이면 많은 감독들이 배우 박희순에게 마음껏 배역을 믿고 맡기지 않을까하는 확신이 들었다. 진지한 듯하면서 가볍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지한 매력이 흘러넘친다. 이에 본인은 “실제 (배우로서) 끼가 없다고 느끼기에 더욱 노력하고 연구하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극을 하면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작품에는 해학과 유머가 늘 녹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출연하는 작품, 어떤 장르가 됐건 간에 유머와 여유는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게 곧 배우 박희순만의 색깔이 되겠죠.”
진지한 작품을 주로 해왔으니 ‘달달한 로맨스’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제발 시켜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동안 배우로서 자존심은 지키자라는 생각으로 연기해왔다”면서 “나만 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자라고 늘 스스로 주문한다”며 연기관을 밝혔다.
배우 박희순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범죄 코미디 영화 ‘간기남’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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