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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다락방] 나는 강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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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4-05 21:35:13 수정 : 2012-04-05 21: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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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다 

마당 한 쪽
집 뒤 켠에 햇볕을 쬐거나
쭈그리고 밥을 기다리거나
한없이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나는 강아지다.
내가 그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면
그들은 자기를 알아본다고
안아주며 뽀뽀를 하고
맛있는 깡통의 고기와 밥을 준다.
그런 나는 주인님의 애견, 강아지이다.
나는 팔려온 개새끼다.
침대 한 쪽 답답하게 개집에 놓아두고
주인이 외출하면 짜증나도 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갈곳도 없고 가끔 이쁜 언니는
나의 목에 쇠줄을 걸고 외출에 동행을 강요하지만
난 그냥 우리 강아지 새끼끼리
노는게 더 좋다. 그건 나의 희망 사항이다.
내가 꼬리를 흔드는 것은 나의 운동일 뿐
주인이 반가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안아주며 화장품 냄새 폴폴 풍기며 뽀뽀를 하는
사람들이 나는 싫다
나는 개새끼이기 때문이다.

글=김종근(미술평론가·홍익대 겸임교수) critickim@naver.com
그림=오유미 ‘내 이름은 해피’ (2010년·신문지 잡지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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