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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테러 없는 세상’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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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28 22:00:30 수정 : 2012-03-28 22: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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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뜻깊은 성과
北미사일 저지 국제공감대 끌어내
오늘날 세계에는 핵무기 10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발전 및 의료용의 원자력 시설도 쉽게 테러집단의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 요컨대, 핵안보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세 가지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관계학
첫째, 참가국들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제거하거나 그 사용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2013년 말까지 자발적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2010년 워싱턴 정상회의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3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우라늄으로 전환했고, 우크라이나와 멕시코는 보유 중인 고농축우라늄 전량을 제거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이러한 성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둘째, 참가국들은 2005년 채택된 ‘개정 핵물질 방호협약’을 2014년까지 발효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원자력 시설의 방호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정하고 핵물질 탈취 시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조약이 발효되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규범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셋째, 고농축우라늄을 저농축우라늄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그 필요성을 감소시키기로 했다. 연구용이나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용 원자로에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위험물질이 테러단체에 넘어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워싱턴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가 이룩한 성과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의 안보나 국제적 위상 증대를 위해 핵물질 보유를 추구하는 현실에서 자발적으로 핵물질의 감축을 공언하고 이를 상당 부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강제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노력으로 핵물질 감축을 시도하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발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국제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핵안보는 핵군축이나 핵비확산과 같은 전통적 안보이슈와 연계돼 있다. 핵물질의 감축 또는 제거를 통해 핵안보를 달성하려면 기존의 핵강국이 핵무기를 줄여나가고 핵무기가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서울회의의 성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우선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감축협상이 유럽에서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둘러싼 미·러 간의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핵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가속화하려면 미국과 러시아가 스스로 핵무기 감축을 통해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이란과 북한의 핵활동으로 조성된 국제적 위기 분위기도 자발성에 기초한 핵물질 감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핵무기 확산의 위협이 제거돼야 핵물질의 자발적 제거 노력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내년 말까지 제시하기로 돼 있는 각국의 자발적 핵물질 감축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는 대한민국을 핵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이는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북한을 더욱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또한 이번 회의에 참석한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장거리 미사일(위성)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의 주요 성과라 하겠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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