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군의 주력 방공무기 가운데 하나인 20㎜ 벌컨포는 방공의 역사를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대표 무기체계다.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의 힘으로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 뒤 1971년 6만1000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2만여명이 철수하자 1970년대 자주국방의 서막을 연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20㎜ 벌컨은 1963년 미 육군이 개발에 착수해 1965년 실용화한 대공포다. 처음 이 무기를 설계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공대공 또는 공대지 사격을 위한 전투기 탑재용으로 개발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가장 현대화된 대공포였다.

개틀링이 다시 부활한 것은 제트기 전쟁의 시대를 연 베트남전에서였다. 1965년 기관포를 장착하지 않는 미군 F-105기 2대가 북베트남 미그-17기의 기관포 공격에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군은 총신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많은 양의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기관포에 눈을 돌렸다. 이에 따라 여러 개의 총신을 묶은 개틀링이 전투기 및 헬기 장착용으로 처음 사용됐고, 미 육군, 해군, 해병대까지도 같은 용도로 채용했다. 바로 20㎜ M61 벌컨포다.
재래식 ‘수동 개틀링 건’에서 ‘전동 개틀링 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 벌카노스를 의미하는 벌컨의 전성시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우리 군이 가장 우려했던 것 중의 하나가 북한의 AN-2기였다. 이를 제압할 무기로 분당 최대 3000발을 연속 발사하는 벌컨은 우리 군에게 매력적인 무기가 아닐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1976년부터 자체생산(대우중공업 등 5개 업체)해 운용 중이다.
우리 군도 지상용 외에 항공기와 함정 등에도 탑재해 사용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벌컨은 견인형과 자주형이 있으며, 자주형 벌컨은 육군 기계화사단에서, 견인형 벌컨은 육·해·공군에서 저고도 대공방어 임무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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