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약 1시간의 정상회담과 1시간 30분간의 만찬에서 광명성 3호(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 한·미 글로벌 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광명성 3호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 위반임을 재확인하면서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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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핵 안보정상회의(26, 27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던 중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두 정상은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도발 행위’, ‘국제 의무 위반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미 간 2·29 합의를 들어 “한 달 전에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면 (대북 식량지원도) 어렵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식량 패키지가 지원되면 그 식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긴장 시에 모니터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달하지 못하면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29 합의 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약속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미국은 24만t의 영양(식량)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리어(clear·분명), 펌(firm·단호), 프리사이스(precise·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도발 →보상→일정 시간 경과 후 북한의 재도발→재보상’으로 진행돼온 기존의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실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 응분의 대가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두 정상은 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어느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아마 북한 주민도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에 대한 북한의 강경 발언과 노골적인 불만 표시를 의식한 듯 “나는 처음에는 보다 개방적으로 하지 않겠는가 기대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예상과 다른 김정은 체제에 실망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 상황은 아직까지도 불안정하다고 생각되고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것도 불확실하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주민을 완전히 막다른 골목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부정적 인식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것을 일례로 들어 “북한 쪽을 봤을 때 50년 전을 보는 것 같았다. 40, 50년 전의, 발전이 사라진 국가를 보는 것 같았다”며 북한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그간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 “의도적 도발에 대한 묵인”, “국제규범 위반에 대한 외면” 등으로 지적하며 “북한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 미사일 사거리 연장 미묘한 시각차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의 발언에서 온도차가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 “이 대통령이 정확히 말했다”고 공감하면서도 “궁극적인 결과물은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느냐, 동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탄두 중량 500㎏, 사거리 300㎞ 이내로 제한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1000㎞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의 군비 경쟁과 중·일 등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다소 미온적 자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하면 전향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나, 한국에 (사거리 연장을) 허용할 경우 (다른 나라도 연쇄적으로 요구해) 도미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는 이 정권 안에 바꾸는 쪽으로 결론이 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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