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북한 잠수정의 기습 공격으로 백령도 앞바다에서 산화한 ‘천안함 46용사’의 남겨진 가족들이 22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기증된 ‘천안함 추모 조각’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살아만 있었으면…”이라며 수천 번을 되뇌었지만 돌아올 수 없는 남편이자 아들이라는 슬픈 현실에 다시 한번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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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22일 대전 유성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추모 조각품 기증식에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고 있다. 대전=김준범 기자 |
안 병장은 생전 ‘길거리 캐스팅’을 당할 정도로 용모가 출중했다. 동료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함내의 오락과 운동에서 그는 섭외 1순위였다. 가족들은 서울 중랑구로 이사한 후에도 안 병장의 방을 하나 꾸몄다. 아버지 안시영(59)씨는 “어떻게 잊겠어요. 아이가 쓰던 책, 침대까지 고스란히 옮겼어요. 생각날 때마다 방에 들어가 보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윤청자(69)씨는 아들 민평기 상사가 순국한 뒤 사망보상금과 성금 가운데 1억898만8000원을 나라에 바쳤다. “정치인들이 패전이니 좌초니 하는데, 그 사람들 그렇게 떵떵거리고 사는 게 다 우리같이 힘없는 사람들 덕분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민병성(73)씨는 지난해 방광암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내가 무슨 죄를 많이 지었는지 시련이 이렇게 많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50)씨는 아들의 묘비 곁을 좀체 떠나지 못했다. 이 하사는 전역을 한 달 앞두고 후타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는 아들의 묘비에서 “아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라고 연신 흐느꼈다.
대전=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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