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스톤에 쓰인 이집트 신성문자
언어 천재 샹폴리옹 수년간 칩거 끝에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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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 앳킨스·로이 앳킨스 지음/배철현 옮김/민음사 |
그리스·로마 역사가 최고라고 자부하던 유럽인들에게 이집트 문화는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럽 역사밖에 몰랐던 유럽인들에게 이집트 문화는 수천 년이나 앞선 선진문명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냥으로 먹고살던 시절 이미 이집트는 통일 왕국을 이루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문명의 선진대국이었다. 피라미드 하나만 해도 2t짜리 돌 250만개가 기하학적으로 쌓인 거대 건축물이다. 콧대 높은 유럽인들은 놀라자빠질 수밖에…. 그러나 유럽인들은 이집트 문명의 속살은 끄집어낼 수 없었다.
적어도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1790∼1832)이 나타나기 이전까지는 이집트 문자의 의미는커녕 읽을 수조차 없었다. 장대한 유물 유적을 눈으로만 볼 수 있으되 속뜻은 하나도 풀 수 없는 까막눈이었다.

1799년 나폴레옹 원정군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로제타 마을에 요새를 쌓을 때 한 병사가 발견한 것이 이 돌덩어리다. 단단하고 결이 고운 검은 빛 현무암의 반질반질한 한 쪽에는 세 종류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첫째 단 14행은 이집트 상형문자였고, 둘째 단 32행은 민용문자(民用文字·상형문자를 일반 국민이 두루 쓰도록 쉽게 바꾼 문자), 셋째 단 54행은 그리스어였다. 풀어보니 기원전 196년에 이집트 신관(神官)들이 프톨레마이오스 5세를 찬양한 글이다. 그러나 이집트 문자를 알 수 없으니 어떤 내용인지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당대 영국과 프랑스의 최고 언어·역사·고고학자들이 총동원돼 이집트 문자를 풀려고 했으나 어느 누구도 풀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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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로제타스톤. 고대 이집트의 왕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치적과 당시 제도를 세 가지 언어로 기록해 놓았다. |
이 책은 200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출판됐다. 원서 제목은 ‘이집트의 열쇠: 성각문자 판독으로 가는 여정’(The Keys of Egypt: the Race to Read the Hieroglyphs). 제목이나 부제 어디에도 샹폴리옹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지만 이 책은 그의 평전이나 다름없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의 비밀을 풀어낸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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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클레오파트라 미라. |
저자들은 그들이 군대를 따라 어떤 일을 했으며, 로제타석을 어떻게 입수했고, 또 그것을 넬슨이 이끄는 영국군이 어떻게 빼앗았는지를 다큐멘터리처럼 정리하고 있다. 저자들은 프랑스혁명에 이은 나폴레옹의 집권, 유럽 침공전쟁, 제국의 몰락 등 시대 흐름을 따라가면서 샹폴리옹이 불후의 업적을 낸 과정을 드라마처럼 엮어낸다. 나폴레옹이 1801년 영국과 치른 아부키르 해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로제타석 등 이집트 유물들을 몽땅 영국에 넘겨줘 현재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지만, 나폴레옹이 로제타석을 발견한 공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고고학은 막연히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주는 학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고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과거 신비의 역사를 풀어내는 학문인지 독자들에게 친절히 안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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