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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멀홀랜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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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02 21:43:09 수정 : 2012-02-02 21: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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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달라만티, 쓸쓸한 공포를 이끄는 섬세한 마력 가장 그답지 않았던 작품 ‘스트레이트 스토리’ 이후 데이빗 린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에서 다시금 자신만의 부조리한 세계를 재건해 낸다. ABC에서 TV시리즈 제작 계획이 불발되면서 이후 새롭게 영화 버전으로 재창조됐고, 결국 작품은 2001년도 칸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다. 20세기의 끝자락에 촬영되어 21세기에 공개된 본 작은 여전히 욕망과 수수께끼가 소용돌이치는 출구 없는 미로 속에 관객들을 방치시켰다.

몇 개의 스토리는 서서히 재조합되면서 결국 하나의 욕망으로 부풀어오른다. 나오미 왓츠는 확실히 본 작에서 정점을 찍는 연기를 보여줬으며, 로라 해링 역시 모든 것을 삼킬 만큼 고혹적이었다. ‘트윈픽스’의 난쟁이는 다시금 수수께끼의 방에 고립되어 있었고, 빌리 레이 사이러스의 뜻밖의 모습과 데이빗 린치의 오랜 음악적 동료 안젤로 바달라만티의 커피를 뱉는 열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확실히 이 불가해한 영화에 설득력을 줬다.

인터뷰에서 린치는 마치 음악처럼 감각으로 본 작을 파악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의미나 해석을 요구하지 않고 감각으로 느끼는 음악적 접근법을 권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봉 당시 공식 사이트에서는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한 10개의 힌트를 직접 명시해 놓기도 했다. 스타시스템을 냉소하는 광기로 가득한 걸작 ‘선셋대로’에 대한 일종의 헌사라 언급했던 바도 있었다.

영화에도 직접 출연했던 안젤로 바달라만티의 섬세한 곡들은 여전히 쓸쓸한 공포감을 끌어안고 있었다. 전반에 흐르는 중저음의 신시사이저 톤은 확실히 기존 그의 음악다웠는데, 이에 데이빗 린치의 프로젝트 밴드 ‘블루밥’의 곡들 또한 가세하면서 이 독특한 공기에 강렬함이 더해진다. 뜻밖의 오프닝에 사용되는 ‘지터벅’, 밀트 버크너의 오르간 연주곡 ‘비스트’, 그리고 본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올드팝 ‘아이브 톨드 에브리 리틀 스타’ 등은 확실히 50년대의 어떤 풍경이었다.

과거 ‘블루벨벳’에서처럼 로이 오비슨의 곡은 다시금 이상한 기운을 조성해 냈다.

두 세계를 이어주는 클럽 실렌시오에서 레베카 델 리오에 의해 무반주로 불리는 그의 곡 ‘크라잉’의 스페인어 버전 ‘조이란도’는 유독 불길한 서글픔을 뿜어냈다. 이는 마치 할리우드에서 사라진 수많은 이들을 위한 장송곡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고상한 광기와 세련된 에너지가 기묘하게 감정을 움직여낸다. 긴 상영시간과 복잡한 인과관계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돼 나갔다. 상실감과 충족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상한 탐미에 취한 채 외로운, 그리고 무서운 침묵(실렌시오)만이 남는다. 할리우드 필름 느와르는 이렇게 가장 기괴한 방식으로 대물림됐다.

우리가 겪는 사건들과 감정은 일종의 환영이다. 이것은 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 같은 것인데, 이 때문에 각자 다른 각도로 빛을 받았을 때 서로 대조되는 환영이 투영되곤 한다. 환영에 사로잡히지 않고 중심을 응시할 때 사사로운 감정들은 그 의미를 잃고 욕망은 비로소 재정립된다. 마치 데이빗 린치의 영화들처럼.

악몽의 세계에 완전히 잠겼을 무렵, 이 왜곡된 애정으로 인한 비극의 물결을 피부로 자각하게 될 것이다. 포스터에도 적혀 있듯 결국 이것은 ‘러브스토리’이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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