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팽창 풀어야 할 숙제 지구를 포함한 행성은 늘 같은 궤도로 태양을 공전한다. 태양과 행성 사이의 중력과 행성의 공전에 의한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행성의 공전 속도와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를 측정해 그 행성의 질량을 구하는 원리이다. 행성만이 아니라 공전운동을 하고 있는 모든 천체도 그 운동 속도와 공전궤도 크기를 알면 질량을 알 수 있다. 1000억개가 넘는 별들의 집단인 은하도 마찬가지다. 은하가 항상 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별이 은하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에 따라 적절한 속도로 은하 중심을 공전해야 한다. 따라서 은하 중심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른 운동속도를 측정하면 은하의 질량분포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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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
암흑물질은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이나 적외선은 물론 전파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파장의 관측기기로도 볼 수 없다. 다만 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력효과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기도 하기에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와 우리 사이에 암흑물질이 있다면 은하에서 방출된 빛이 암흑물질 주변을 통과할 때 미세하게 빛이 휘고 그 결과 은하의 모양이 원래와는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을 관측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알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암흑에너지는 암흑물질보다 더 특이한 존재다. 우주는 최초에 빅뱅이라고 불리는 대폭발을 겪어 팽창하게 됐다. 쏘아올린 화살이 반드시 떨어지듯, 폭발에 의해 팽창하는 우주도 그 힘이 중력에 의해 약해져 어느 시점에서는 두 힘이 평형을 이루게 되고 이후에는 다시 수축하는 것이 순리다. 계산에 의하면 137억년 전 폭발한 우주는 지금쯤이면 팽창을 멈추거나 다시 수축을 시작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천문학자들이 보여주듯, 우주의 끝자락 언저리까지 관측한 결과 우주는 아직도 팽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보다 더 강력한 밀어내는 힘, 즉 척력이 있다고 믿지 않을 방법이 없다. 이 힘의 근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알 수 없는 에너지라는 뜻에서 암흑에너지라고 부를 뿐이다.
태양의 질량은 지구의 33만배가 넘는데 우리 은하에는 태양 같은 별이 1000억개 이상이 있다. 우주 전체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1000억개 이상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질량이 우주를 채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연구에 의하면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의 총질량, 즉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총질량은 우주 전체 질량의 4%에 불과하다. 반면 암흑물질이 22%,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74%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96%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숙제로 남겨져 있는 이 문제의 해결은 더 큰 망원경과 더 강력한 관측기기를 필요로 한다. 직경이 30m에 이르는 거대망원경을 누가 더 빨리 확보하느냐 경쟁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거대마젤란망원경이 완성돼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이 그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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