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들 스트레스 시달려 “한번만 겪어도 업무에 지장”
최근엔 개그맨 동영상 논란도…심리상담·핫라인 우체통 설치 “버스가 정확한 시각에 오지 않는다며 1분마다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붓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전화를 먼저 끊을 수도 없죠.”(120다산콜센터 상담원 A씨)
“상담전화에 대고 노래를 부른 뒤 오디션 프로그램에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하고, 만취한 사람이 끊임없이 술주정을 해도 묵묵히 받아줘야 합니다.”(〃 B씨)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민원안내전화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장난전화와 성희롱, 욕설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시는 상습적으로 걸려오는 ‘악성 전화’를 담당하는 별도의 고객관리반을 설치하는가 하면, 상담원들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들이 센터에 장난전화를 하는 것처럼 연출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전화로 이유리 상담원(동영상에 등장하는 가상인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동영상을 보고 불쾌해서 법적 대응도 고려했지만 상담원 편을 들며 대신 분노하는 시민이 많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욕설과 폭언이 섞인 장난전화는 상담원들이 피할 수 없는 고충사항이다. 한 상담원은 “장난전화를 한 번만 겪어도 기분이 좋지 않아 업무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른 상담원은 “‘너 거기 앉아서 뭐 배웠느냐’, ‘고등학교는 나왔느냐’는 등 인격모독 발언을 들으면 다음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가 떨리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센터는 ‘감정 노동자’ 상담원들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심리상담 프로그램과 서울시 핫라인 우체통을 마련했다.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심리상담협회 소속 상담사가 주1회 센터를 방문해 별도의 공간에서 심리상담을 요청한 상담원들을 상대로 진행한다. 3교대제로 근무하는 전체 상담원 533명 중에서 매주 12명 정도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핫라인 우체통은 상담원들이 애로사항이나 개선돼야 할 점을 시에 진정하도록 한 것으로 센터 곳곳에 설치됐다. 시 관계자는 “상담원에 대한 복지를 위해 문화·예술 공연 관람 지원도 앞으로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상담원은 “장난전화는 상담원들에게 극도의 정신적 피해와 업무 지장을 준다”며 “시민이 낸 세금으로 설치된 다산콜센터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hs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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