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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시네마 logue] 셜록 홈즈:그림자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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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2-29 17:53:53 수정 : 2011-12-29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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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복고적 탐정 기대했지만…달콤한 오락영화로선 합격점 가이 리치, 셜록 홈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실 이 세 이름은 각각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이 리치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로 떠오르는 역동적 카메라 워크로, 셜록 홈스는 19세기 가장 댄디한 사립 탐정으로 그리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느 새 ‘아이언 맨’으로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세 사람은 각각 허구이든 사실이든 간에 나름의 가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세 이름이 합쳐 졌을 때의 앙상블이다. 이미 이 앙상블은 2년 전 그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가이 리치가 19세기의 사립 탐정을 21세기 버전으로, 깔끔하게 재조명해냈기 때문이다.

2년 후, 관객들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처럼 2편이 나왔다. 가이 리치식 유머와 편집에 대한 기대, ‘아이언 맨’으로 명실상부한 블록 버스터의 주인공이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협연은 그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달콤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우선 두 사람은 기대한 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보여준다. 쓴 이야기를 들려주자면 그 기대 가치가 뻔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가이 리치답고, 지나치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스럽다. 그러다 보니 19세기의 한량이자 아이콘인 셜록 홈스가 증발해버렸다. 셜록 홈스인데 셜록 홈스가 없다는 것, 바로 그 점이 문제다. 

물론 가이 리치는 그가 영화계에 제공했던 독특한 매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가령, 영화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초고속 촬영이나 총알이 날아가는 것까지 보여주는 편집의 리듬감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속도감은 이미 가이 리치 스타일로 인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 예측하는 장면이나 꽤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몸싸움을 계산하는 것도 역시 가이 리치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장기들이 가이 리치다운 모습을 철저하게 보여주지만 새롭지는 않다. 새롭긴커녕, 관객들은 이미 다음 수를 읽고 있을 정도이다.

어떤 점에서 대중영화에서 이러한 점은 장점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다음 장면 쯤이면 누군가 하나 죽겠지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아군 중 하나가 쓰러지는 식의 장르적 문법들 말이다. ‘셜록 홈즈’ 두 번째 이야기는 가이 리치의 스타일에 장르적 전형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번 다뤄 본 승용완구처럼 조금은 그 리듬감에 익숙해진다는 점에서 진부하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실 19세기의 고전적 복고 탐정으로서의 셜록 홈스의 매력이 상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 게임’에서 보여지는 셜록 홈스의 면모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이나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과 더 닮아 있다. 추격전의 질감이나 몸싸움도 그렇다. 어쩐지 조금은 복고적이면서도 고색창연한 고답적 볼거리를 기대했지만 현대적 해석이 아니라 현대화로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오락 영화로서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다. 멀미나는 롤러 코스터가 레일이나 코스를 바꾸지 않아도 놀이공원에 가면 으레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게 관습적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팝콘과 음료를 먹고 마시며 의자에 깊숙이 기대 셜록 홈스의 원맨쇼를 즐기는 기분,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달콤한 오락임에는 분명한 듯싶다.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북유럽판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리즈베트를 연기했던 누미 파라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피어싱을 떼어버렸지만 그녀의 강렬한 느낌은 여전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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