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걸작 청춘물을 만들어 온 존 휴즈가 각본을, 그리고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을 완수해냈다. 만일 존 휴즈가 직접 영화를 감독했었다면 아마도 더욱 어두운 유머와 진중한 분위기가 강조됐을 것이다. 캐서린 오하라나 조 페시, 존 캔디 등 명배우들의 활약 또한 작품을 윤택하게 만들어줬다.
15명의 대규모로 구성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소외된 소년 케빈은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 되고, 정말로 아침에 홀로 집에 남겨진다. 혼자 집을 독차지한 케빈이 마음껏 자유를 즐기는 와중, 2인조 도둑의 움직임을 감지하면서 독자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스타워즈’ ‘슈퍼맨’, 그리고 ‘죠스’를 비롯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에서 활약했던 영화음악 거장 존 윌리엄스의 대표작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는 무게감을 버리고 특별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곡했다는데, 이후 존 윌리엄스는 크리스 콜럼버스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다시금 조우하기도 한다. 존 윌리엄스 자신의 곡은 물론 친숙한 크리스마스 노래들 또한 효과적으로 엮어냈다.
원체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그였는데, 몇몇 몽환적인 멜로디와 톤은 차이콥스키의 ‘사탕요정의 춤’의 표현방식에 기인한 듯 보였다. TV에서도 자주 사용됐던 신비로운 분위기의 ‘메인타이틀’, 경쾌하고 빠른 ‘홀리데이 플라이트’, 그리고 드럼과 신시사이저가 비장미를 더하는 ‘세팅 더 트랩’ 같은 곡들이 제각기 색깔을 갖추며 흐른다. 악당의 묘사는 주로 목관악기로 표현해냈고, 때문에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운용방식은 가족영화의 표준이 되어간다.
‘오 홀리 나잇’ ‘스타 오브 베들레헴’과 같은 어린이들의 합창곡 또한 아름다운 편이며, 무엇보다 감동적인 멜로디로 가득한 ‘섬웨어 인 마이 메모리’는 확실히 새로운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로 각인되면서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훈훈한 감성이 앨범 내내 이어진다.
지금에 와서 봐도 여전히 새롭고, 낡지 않았음에도 한 시대를 감지하게끔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린아이와 부모의 심리묘사 또한 뛰어난 편으로 소년의 성장이야기와 가족문제, 그리고 스릴러를 성공적인 공식으로 엮어냈다. 그리고 존 윌리엄스는 여기에 새로운 크리스마스의 스탠더드를 확립해내기에 이른다. 이는 90년대 존 윌리엄스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어느 절정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해줄 음반이다. 음악을 듣는 내내 영화의 그리운 장면들이 고스란히 소생된다. 사실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몇몇 캐럴은 대부분 영화의 삽입곡으로 먼저 공개됐다. 거기에 우리는 ‘나홀로 집에’ 또한 추가해야만 할 것이다. 확실히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기분을 북돋아 주는 음악이다. 그리고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90년대의 크리스마스란 확실히 이런 것이었다.
한상철 불싸조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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