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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인 장성택은 김정은 시대 파워엘리트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이집트 오라스컴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면담하고 기념촬영을 할 때 자리를 함께한 장성택 부장(왼쪽). |
2002년 10월26일 장성택 부장은 북한 경제시찰단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시찰단은 서울의 지하철을 타 보고, 삼성전자, 코엑스 등을 8박 9일간 방문했다. 시찰단 단장인 박남기 당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김희택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장관급 인사 5명도 시찰단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정보당국이 주목하는 실세는 장성택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장 선생께 물어보라”며 자신을 숨겼지만 삼성전자를 둘러보다 내뱉은 한마디에 시찰단이 긴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박남기 단장이 신용카드로 음료수를 사는 자판기 앞에서 결제 시스템 설명을 들었다. 박 단장이 “물건을 산 사람이 나중에 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며 시간을 지체하자, 뒤에 있던 장성택은 수행원에게 “야, 그냥 가라 그래”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박 단장과 시찰단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당시 경호를 담당했던 정보기관 관계자는 장성택이 시가 100만원이 넘는 발렌타인 30년산 양주로 남한식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고, 강남 유흥주점에 가자고 하는 등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여 남한 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과 비극
1946년 동갑내기인 장성택과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는 김일성종합대를 나와 1969년 모스크바에 함께 유학했다.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강원도 천내군 출신이다. 아코디언을 즐겨 연주하는 온화한 성격의 장성택에게 괄괄한 성격의 김경희가 먼저 프러포즈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희의 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이들을 갈라놓기 위해 장성택을 강원도 원산경제대학으로 전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둘의 사이는 더 깊어졌다. 김경희는 틈만 나면 벤츠 승용차를 몰고 원산으로 향했다. 당시 노동당 문화예술부 부부장이던 김정일이 영화제작을 핑계로 그를 만나보고는 됨됨이가 괜찮다는 평가를 아버지 김일성에게 전했다고 한다. 결국 김일성도 둘의 결혼을 허락해 두 사람이 26살 때인 1972년 결혼했다.
둘 사이의 외동딸 장금송은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평양에서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그녀는 2006년 29세의 나이에 북한에서 온 30대 초반 유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장성택이 남자의 출신성분을 문제삼아 결혼을 반대하고 평양으로 불러들이자 수면제 수십 알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유배와 권력 복귀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했다. 김정일을 만나 장성택의 안부를 묻자 “장 부장이 남조선에 가서 하도 폭탄주를 먹고 몸을 버려 잠시 쉬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3년 12월 김정일의 명령에 따라 경제개혁 조치를 이끌던 박봉주 총리가 신일남 수도건설위원장에게 평양시 현대화에 필요한 자재공급을 지시했지만 “장성택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거부당한 사건에서 비롯된 일이다. 장성택은 측근들과 함께 종파주의와 권력남용 혐의로 혁명화 교육을 받았고 이후 2년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감췄다. 2006년에서야 김정일의 만찬에 얼굴을 내밀며 당 근로단체·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다.
장성택을 두고 김정은 체제를 뒤흔들 인물이라는 일부의 평가도 나오지만, 김씨 왕조 북한에서 그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2일 “북한체제 특성상 후계체제에 도전하면 먼저 사라진다”면서 “김정일이 수년간 헌법과 당규를 바꾸며 김정은 후계체제 공고히 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은 후계체계를 완성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택은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도 그 중심에 있다. 그는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노동당과 군을 장악하고,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대거 배치했다. 리영호 군 총참모장도 그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장성택은 김정일이 쓰러지기 전까지 올 들어 가장 많은 113차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등 권력 핵심임을 과시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을 ‘김정은 체계의 연착륙을 도우면서 향후 북한 권력 핵심부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장성택은
▲직책=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행정부장 ▲출생= 1946년 2월 6일, 강원도 천내군 ▲학력=김일성 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모스크바 유학 ▲부인=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김정일의 여동생) ▲서열=북한 공식 권력순위 19위 ▲자녀=장설송(2006년 프랑스 유학 중 사망) ▲성향=개혁·개방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짐
▲직책=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행정부장 ▲출생= 1946년 2월 6일, 강원도 천내군 ▲학력=김일성 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모스크바 유학 ▲부인=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김정일의 여동생) ▲서열=북한 공식 권력순위 19위 ▲자녀=장설송(2006년 프랑스 유학 중 사망) ▲성향=개혁·개방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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