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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ny Place] “서울에는 인사동길이, 광주에는 예술의 거리가 있다”

입력 : 2011-12-20 12:48:08 수정 : 2011-12-20 12: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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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궁동에는 화랑과 갤러리들을 비롯해 골동품 가게, 다기 판매점, 공예공방, 필방 등 예술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있다. 이 문화지구는 광주시민의 특색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1986년 광주시에 의해 ‘예술의 거리’로 명명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특화 거리라 할 수 있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물 흐르듯 걷다보면 어느덧 예향, 미향, 의향 광주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생활과 예술과 여가를 잇는 소통공간으로서 광주 근대의 역사성을 간직한 ‘예술의 거리’는 과거의 명성에서 한 걸음 나아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상징적인 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예술의 거리가 위치한 궁(弓)동은 고려시대 광주 읍성이 있던 시절 활터가 있었다. 활터 주변에는 그 시대의 한량들과 예술적 끼가 많은 젊은 예인들이 모여 시(詩), 서(書), 화(畵)를 겨루는 일이 흔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는 광주읍성이 허물어지고 활터가 있던 인근에 광주법원과 동구청, 전남도청까지 들어섬에 따라 궁동은 관가(官家)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1960년대 이 일대는 ‘막걸리 골목’으로도 이름이 났다. 하루 일과를 끝낸 노동자와 탁주를 즐겨 마시는 예술인들이 한데 뭉쳐서 막걸리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이런 유래가 있던 곳에 ‘예술의 거리‘가 들어섰으니 어찌 보면 이 거리는 예술, 풍류와 필연적으로 이어진 운명이 아닌가 싶다.

예술의 거리의 정확한 위치는 ‘동부 경찰서 앞에서 중앙로를 잇는 300m’와 최근 추가로 지정된 ‘카톨릭센터에서 중앙초교 제봉로 입구까지의 303m'를 말한다. 예술공방이나 갤러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색적인 분위기의 전통 찻집과 그림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풍스런 중앙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개미시장이 선다.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든다‘는 뜻과 ’작은 물건까지도 취급‘한다하여 붙여진 이름 ’개미시장‘은 1992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으며 고서화나 골동품, 목물, 문구류 등의 옛 물건들이 깔린다.

예술의 거리에 가면 하루 종일 그림만 보고 다녀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갤러리를 비롯한 미술관이 한 집 걸러 한 곳씩 있기 때문이다. 충장로와 금남로에 있는 미술관까지 포함하면 총 20곳이나 되고, 그림을 구경할 수 있는 상업 화랑까지 포함하면 총 40여 곳이 넘는다. 그림을 만나기에 앞서 광주의 근·현대 미술화단의 계보를 알고 간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근대 한국화가 소치 허련(1808-1893), 의재 허백련(1891-1977)의 남종문인화를 만날 수 있는 화랑이나 1세대 서양화가 오지호(1905-1982) 작가의 단골 표구집이라든가, 추상미술의 선구자 양수아(1920-1972) 작가의 아들이 운영하는 미술관 등이 있어 광주 출신 예술가들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갤러리 이외에도 한지와 붓을 파는 필방과 화방이 5곳, 골동품 상점이 10곳, 공예품 15곳, 미술서점 2곳, 전통찻집과 카페가 11곳 등 전통과 예술에 관련된 상점들만 해도 100여 곳이 넘는다. 연극과 공연 등을 볼 수 있는 소극장도 2곳이 있다.

예술의 거리의 생명력은 단지 밀집된 문화공간들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게 만드는 개방적인 태도,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창출해가는 구성원들의 열린 마인드가 바로 이 거리의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고 즐기는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의 거리는 광주시민뿐 아니라 더 많은 관광객과 아시아 예술가들을 맞이할 준비로 오늘도 분주하다.

이한호(
ceo@comefunny.com) [사진 = ㈜쥬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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