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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삶] 나무배 제작에 인생 건 ‘올리버 선박’ 최준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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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배에 남다른 호기심… 잘 다니던 삼성전자 그만두고 美 유학
목선제작 이론 밤을 낮 삼아 공부
결국 회사까지 설립 본격 선박 제조… 2년과정 학교 만들어 기술전수 병행
람사르총회에 늪지 탐사선 기증도
“제게 배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깎고 다듬는 작업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실현해가는 과정입니다. 앞으로는 배를 이용해 레저활동을 즐기는 시대가 열리기 때문에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봅니다.” 지난 6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면 안창리에 위치한 ‘올리버 선박’의 작업실에서 최준영(44) 대표를 만났다. 국내 최고 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배 만드는 일에 인생을 건 최 대표는 “하루종일 배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겹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배 만드는 일을 하라는 운명인 것 같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 대표의 직업은 디자이너였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면서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배 만드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사표를 낼 때는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삼성아트&디자인 인스티튜트(SADI)의 교수로 재직했다.

“마흔 전에는 배 만드는 보트빌더(Boat Builder)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는 온통 배뿐이었으니까요.”

직장에 다니면서 목선 제작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틈틈이 배를 만들던 최 대표에게 보트빌더의 꿈을 펼 기회가 왔다. 그의 선박연구계획이 2005년 4월 산업자원부가 모집한 ‘차세대 디자인 리더’에 뽑히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워싱턴주 노스웨스트 우든보트빌딩 스쿨로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잘나가는 교수직을 그만둘 때는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목조선박 제작에 대한 열정과 기술을 믿었기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준영 대표가 올리버선박 작업장에서 나무로 깎은 모형배를 들고 목조선박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06년 12월 귀국할 때까지 최 대표는 목선제작에 파묻혀 살았다. 목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론을 배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이론이 탄탄하게 다져지자 목선 만드는 작업을 병행했다.

배에 미쳐 살다시피 한 최 대표는 2007년 10월 서울 종로에 ‘올리버 선박’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선박제조에 나섰다. 길고 평평한 나무 재료를 일정하게 겹쳐 놓아 아름다움과 외부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갖게 만드는 목조선박의 매력은 타 재료로 만든 배와 비교할 수 없다고 그는 소개했다.

최 대표는 목선의 아름다움은 물에 잠기는 배 밑부분에 있다고 했다. 밑바닥의 곡선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내구성이 뛰어난 점도 최 대표가 목조선박에 푹 빠진 이유다. 플라스틱선박의 내구성이 8∼12년에 불과한 데 비해 목조 선박은 30년이 지나도 초기 강도가 87%까지 유지된다. 최 대표는 “목조선박은 물에 쉽게 변형되지 않아 수명이 길다”며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외국에는 100∼200년 된 목조선박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처음에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카누, 카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연히 작업장을 찾은 손님이 주문한 카약을 제작해 판매하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선박제작 문의와 주문이 잇따랐다.

배를 만들면서 목선제작을 알릴 기회가 있으면 전국 어디든 찾아다녔다.

2008년 8월 제1회 경기국제보트쇼에 참가한 데 이어 2009년 10월에는 경남 창녕에서 열린 제10회 람사르총회에 늪지용 탐사선 3대를 기증했다. 선박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비를 부담하면서 늪지보호를 위해 재능을 기부한 것이다.

2009년 5월에는 매뉴얼만 보면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는 올리버카약 키트를 개발해 지식경제부로부터 최우수디자인상품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듯이 갑자기 전국에 해양레저시설과 마리나가 들어서는 데다 각 지자체에서 보트쇼를 개최해 속으로 ‘나를 위해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올리버 선박’에서는 카누, 카약 등 소형선박은 물론 모터가 달린 5t무게의 6인용 목조 파워보트까지 제작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선박제작에 한계를 느낀 최 대표는 2010년 1월 강원도 원주로 이전하는 것과 동시에 ‘올리버 선박학교’를 설립했다.

“고급 목조선박을 공급해 국내레저문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체계적인 목조선박건조기술을 전수해 전문기술을 갖춘 보트빌더를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선박학교의 문을 열었습니다.”

최 대표가 설립한 선박학교는 2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현재 4명의 학생들이 목조선박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오전에는 최 대표가 미국 유학시절 공부했던 원서를 갖고 수업에 참여한다. 오후에는 이론을 바탕으로 배를 만드는 실습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이곳에 다니는 동안 현장에서 요구되는 3가지의 배 만드는 공법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을 마치면 제작과정이 아무리 복잡하고, 규모가 크더라도 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4학기를 마친 8명의 졸업생들은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에 취업해 인정받으며 제몫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배든 철선이든 고급배는 목공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최 대표는 4학기를 이수하면 취업은 물론 창업, 해외유학이 가능하도록 커리큘럼을 짜 운영하고 있다.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위해 자신이 공부했던 미국 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졸업생이 미국의 학교에서 1년 과정을 더 이수하면 선박건조기술학위를 취득하도록 한 것이다. 이 학위만 있으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박제조회사에 보트빌더로 취업할 수 있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그동안 배운 목조선박 제조와 관련된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레저선박 산업 발전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말을 이용해 자신이 만든 배를 소유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토, 일요일 이틀 동안 주말강습반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재료비에다 수업료를 내고 이틀 동안 선박학교에 머무르며 배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씩 주말을 이용해 자신만의 목선을 제작하고 있다. 카누는 보통 4개월이면 1대를 만들 수 있으며 재료비는 360만원 정도 소요된다. 배를 타는 것보다 만드는 것을 더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최 대표는 귀띔했다. 현재 주말반에는 금융회사, 언론사, 건설회사, 자영업을 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배를 만들고 있다.

“배를 만들고 요트를 타는 것에 대해 돈이 많은 일부 계층을 위한 레저문화라는 인식이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배에 대한 정열과 성의만 있으면 손으로 직접 만든 요트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최 대표는 내년에 강원도 동해안 바닷가에서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카누와 요트 등 목조선박을 즐길 수 있는 보트클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자전거 대여점 같이 문턱이 높지 않은 보트클럽을 만들어 바닷가를 찾은 가족단위 관강객들이 요트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바다에서 요트 등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마리나산업 육성대책에 대해 희소식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국내에는 선박용접이나 선박전기와 관련된 자격증은 있지만 선박건조와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상태여서 선박건조기사 자격증이 생겼으면 한다”며 “목조선박 제조는 목공을 즐길 마음과 열정만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미래가 활짝 열려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원주=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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