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이 드디어 시작됐다.
깊은 숲속,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긴장하던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두 눈에 창백한 얼굴의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가 들어온다.
‘트와일라잇’이 세상에 나왔을 당시, 인간인 벨라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는 풋풋한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가슴 떨리는 사랑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결혼식까지 머릿속에 그려본 관객들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리즈 영화의 묘미라고 해야 하나. 벨라와 에드워드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에 이르는 대장정을 ‘브레이킹 던’이라는 제목의 최종편으로 마무리 짓는 만큼 이번 편은 part 1과 2(내년 개봉)로 나뉘어 개봉된다.
11월30일 개봉된 part 1은 사실상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 중계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그만큼 제작진은 두 사람의 결혼식과 허니문(신혼여행) 시퀀스에 러닝타임의 1시간 가량을 할애했다.
이런 과감한 시도는 받아들이는 관객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두텁게 형성돼있는 마니아들에게는 그들의 결혼식이 마냥 황홀하고 행복할 수 있다. 반면, 배우나 시리즈 자체 대한 매혹보다는 스토리와 스릴, 스펙터클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영화로 만나 실제 연인이 된 패틴슨과 스튜어트의 실감나는 베드신 연기는 짜릿한 멜로를 선사하지만, 그만큼 ‘트와일라잇’ 시리즈 특유의 음산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는 약해졌다.
물론 이들의 결혼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벨라는 임신을 하지만 아프고 비쩍 말라간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의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에드워드는 무기력하기만 하고, 벨라를 빼앗긴 제이콥은 분노한다.
이렇듯 part 1에도 일련의 위기와 갈등은 존재하지만 전 시리즈들에 비해 약해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part 2를 위한 전조와 복선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관객들이 그런 점들을 감내하고 봐 줄지 의문이다.
인간의 피를 마시며 “맛있다”고 말하는 벨라의 얼굴은 섬뜩하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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