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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핫무비] ‘사물의 비밀’숨겨진 욕망, 그리고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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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12 15:30:53 수정 : 2011-11-12 15: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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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다시 붙인다면 ‘여교수의 은밀한 사생활’ 쯤 될까. ‘사물의 비밀’(감독 이영미)은 중년여성의 성과 사랑에 관한 단상을 독특한 필체로 풀어낸 영화다.

이혜정(장서희 분)은 명망 높은 사회학과 교수지만 밤만 되면 입에 대기에도 민망하고 야한 별칭으로 사이버세계에서 욕망을 분출한다. ‘혼외정사’를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는 그에게 조교가 되겠다며 우상(정석원 분)이 찾아오고, 혜정은 20살 어린 그를 상대로 혼자만의 판타지에 빠져든다.

감독은 중년 여성의 숨겨진 욕망과 판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20살 남자’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40살 여자가 20살 남자를 사랑할까. 말이나 통할까’하는 쓸데없는 고민이 스치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은 ‘외로움’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중경삼림’(감독 왕가위.1994)에서 양조위는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했지만, 이영미 감독은 사물 자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인공들의 외로움을 표현했다. CG를 통한 화려한 스타일의 판타지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판타지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우상을 사랑하는 혜정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그의 머릿속에서 우상은 외모, 나이, 성격, 능력, 집안 등 모든 게 완벽한 이상형 남자로 탈바꿈돼간다. 외로움과 욕망이 빚어낸 환상. 하지만 작은 반전과 함께 우상의 비밀이 밝혀지며 혜정에게는 혼란이 찾아온다. 

‘사물의 비밀’은 복사기와 디지털카메라(디카)를 매개로 1부와 2부로 나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물들은 주인들의 마음을 꿰뚫고 맹목적인 사랑과 걱정을 퍼붓는다. 심지어는 위기에 처한 주인들을 구하는 결정적인 역할까지 한다. 감독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1부에는 이혜정 교수의 은밀한 욕망과 내면을 대신해 횟집 여자(윤다경 분)의 수위 높은 전라 베드신이 등장해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다경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극 초반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는 평이다.

그리고 ‘사물의 발견’에서 건진 또 하나의 쾌거는 ‘정석원의 발견’에 있다. 그저 신인배우에 불과했던 그에게서 대형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정석원은 한 작품 안에서 모범생과 옴므파탈을 오가는 연기변신으로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에서의 ‘복수의 화신’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봐달라던 장서희.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한다는 건 힘들었을 텐데 역시 오랜 연기경험에서 나온 관록이 돋보인다.

교수와 제자의 비밀스러운 연애담. 숨겨진 욕망의 교차. 그리고 그 밑바탕에 깔린 현대인의 외로움이 조금은 쓸쓸하지만 작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청소년관람불가. 오는 1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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