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십이야’가 각기 다른 색깔로 무대에 오른다. 11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되는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는 한국 전통의 마당놀이와 만났다. 17일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십이야’는 해설이 있어 쉽고, 음악이 있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18일 일본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가 내한해 연기하는 ‘십이야’는 일본 꽃미남들이 펼치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십이야’는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 되는 1월6일을 의미한다. 구세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일로 전해진다. ‘3색’의 ‘십이야’는 모두 줄거리는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난파당한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바이올라가 헤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바스찬 옷을 입고 남장한 여자인 바이올라는 오시노 공작을 만나고, 오시노 공작은 바이올라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올리비아에게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로 보낸다. 바이올라는 올리비아에게 오시노 공작의 사랑 메시지를 전하러 간다. 하지만 문제는 올리비아가 오시노 공작의 사랑 대신 남장을 한 바이올라에 반하면서 복잡해진다. 바이올라는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게 되면서 셋의 사랑이 꼬이고 풀려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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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 20일까지 |
‘전통, 새 옷으로 갈아입다’는 기획으로 해외 고전을 한국의 미학과 전통을 접목했다. 남자 배우 11명이 무대에 올라 여장 남자, 남장 여자 역할을 모두 소화하며 마당놀이 형식을 도입한 무대로 꾸민다. 한국 전통 목각 인형인 꼭두 인형의 모습에서 따온 의상을 입고 한국무용, 수벽치기, 땅재주 등을 선보이며 남사당패 놀이를 연상케 하는 한국적 연희를 펼친다. 극중 등장인물의 이름도 토종 야생화의 이름으로 바꿨다.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각각 ‘청가시’와 ‘홍가시’로, 오시노 공작은 ‘산자고’, 섬처녀 올리비아는 ‘섬초롱’ 등으로 바꿔 한국적 정서를 살려냈다. 단체 댄스 장면, 군데군데 등장하는 ‘소나기’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 국내외 명작 패러디 장면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20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3만원. (02)2261-0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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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아트센터 17일부터 |
셰익스피어의 시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셰익스피어 당시 공연 중간중간 광대가 등장하고 음악이 있었다는 데 착안해 광대 대신 연출가를 등장시킨다. 연출가 역할 배우는 관객들에게 복잡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무대는 객석을 포함한 극장 전체를 활용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극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맞춰 작곡된 음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대 한편에서 피아노, 멜로디언, 플루트 그리고 우드블록, 심벌즈, 오션드럼 등 다양한 타악기로 다채로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연주하면 배우는 가슴 시린 사랑고백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하고, 신나는 격투를 벌이기도 한다. 17일부터 12월11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1만∼2만원. (02)44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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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예술센터 18∼19일 |
남자 배우 40명과 여성 연출가 1명으로 구성된 일본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의 첫 내한 공연이다. 30명의 남자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추는 남자배우들의 격정적인 춤사위를 통해 인생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전달한다. 남자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품어내는 강렬한 힘에는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를 더욱 애틋하게 하는 마력을 느끼게 할 예정이다. 18∼19일 오후 8시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2만5000∼5만원. (02)785-6843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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