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도전… 응시료만 237만원

8일 도로교통공단 충북 청주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청주시 상당구에 거주하는 경상선(32·사진)씨는 뇌성마비를 이겨내고 장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승재 청주운전면허시험장장은 전날 경씨의 집을 방문해 꽃다발과 함께 ‘2종 자동’ 운전면허증을 전달했다.
경씨가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한 것은 2004년부터로 매년 50차례에서 100차례씩 필기시험을 봤다. 비장애인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많은 횟수지만 458차례나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 꿈을 이뤘다. 필기시험에 들어간 응시료만도 237만8000원이다.
시험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50문항에서 현재 40문항으로 줄어 24문항(60점)을 맞히면 합격인데, 경씨는 65점을 받았다”며 “경씨는 일반 학원에 다니지 못해 450번 이상 필기시험을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가 있는 그는 운전면허 도전 이유를 묻자 “몸이 맘대로 되지 않아 먼 데를 가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고 힘들게 설명했다.
경씨가 수백 차례 면허시험을 봤다고 하지만 몸이 불편해 변변한 학원 한 곳 다니지 못한 채 2004년부터 집에서 혼자 필기시험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필기시험을 치르러 갈 때는 시내버스를 한 차례 갈아타야 했던 만큼 몸이 여간 고된 게 아니었지만 꿋꿋하게 이겨냈다.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경씨가 안쓰러워 가족도 운전면허 시험 응시를 만류하기까지 했다.
경씨의 어머니는 “자꾸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한때 ‘포기하라’고 만류했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해보라고 허락했다”고 말했다.
경씨는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보름간 충북 청원군 내수읍 한 운전전문학원에 다니며 단 두 차례 만에 기능·주행시험에 합격했다. 아직 차가 없는 경씨는 “차를 운전하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차 생각해 봐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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