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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의 연극家 사람들] 퓨마처럼 매끈한 ‘조로’…‘유머’보다는 노래로 설득시켜줘

입력 : 2011-11-08 09:29:53 수정 : 2011-11-08 09: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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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분 러닝타임을 견디면 뜨거운 커튼콜 5분을 만날 수 있어
[리뷰]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개관작 뮤지컬 ‘조로’

뮤지컬 '조로'에서 배우 조승우 공연장면(사진제공:쇼팩)

모두가 기다리던 ‘조로’가 가면을 벗었다. 단연 화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스타 조승우, 박건형, 김준현이 맡은 3인 3색의 조로다. 이들은 부상당할 상황을 대비해 보상 금액이 최대 10억원 상당인 상해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런던 웨스트엔드 흥행작+배우에 대한 신뢰감+스펙타클한 볼거리에 대한 설레임이 추가 돼 관객의 기대치는 더욱더 높아졌다.

작품의 첫 인상은 ‘쇼 뮤지컬’의 전형이었다. 영웅의 등장을 알리는 특유의 음악과 함께 바람처럼 나타난 ‘조로’는 아찔한 공중 아크로바틱을 선보였다. 곧 마술처럼 사라지며 다음을 예고한다. 결정적 순간에 다시 나타난 ‘조로’는 검술로 남성미를 과시한다. 변장하지 않은 ‘조로’ 즉 ‘디에고’는 재킷 앞 섶을 풀어해쳐 탄탄한 복근을 언뜻언뜻 내비친다. 무대 앞뒤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느라 ‘헉헉’ 거리는 와중에도 로맨틱한 사랑을 나눈다. 게다가 유머감각까지 갖췄다. 가히 여심을 녹일만한 남자다.

블루스퀘어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위트 넘치는 대사로 받아들인 이는 긍정표에 한 표를 던졌겠지만, 탄탄한 이야기구조에 강점을 두는 관객이라면 부정표로 돌아설수도 있겠다. 실제 극장에선, 진지한 장면임에도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져 과히 몰입이 쉽지 않았다. 

뮤지컬 '조로'에서 배우 박건형과 문종원

‘조로’는 어릴적 친구인 ‘라몬’의 악행으로 고통 받는 아버지와 민중을 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다시 돌아온 '디에고‘의 복수극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영웅 ’조로‘는 정의의 사도 ‘조로’로 자리매김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유’, ‘정의’에 대한 갈망은 집시 킹스(The Gipsy Kings)의 음악에 맞춰 선보인 집시여인들의 처절한 구음과 플라멩코 춤에서 나왔다.

최고의 명장면은 객석 위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와이어 액션 장면과 와이어를 매달고 천장을 오가며 펼치는 전투 신.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펼치는 아슬아슬한 공중 액션은 분명 스릴 있었다. 실제 불꽃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조로’의 이니셜을 딴 ‘Z’ 플레임, 거대한 십자가와 브릿지의 전복 장면도 긴장감 넘친다.

이렇듯 역동적인 장면 전환과 뜨거운 정열의 플라멩코와 음악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조로’는 전체적으로 평면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전달해 줄 넘버가 부족하다. 그나마 삽입된 넘버 역시 찰떡궁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곁다리 이야기에 매여있다보니 설명적 장면들이 자주 끼어든다. 반면 영웅 ‘조로’의 고뇌는 입체적으로 구축되지 않아 관객들을 설득 시키지 못했다. 악한 ‘라몬’의 캐릭터 역시 명확한 색깔을 띠지 않고 있는데, 단순히 아랫사람에게 큰소리치는 매력 없는 악한으로만 그려져 거부감을 갖게 했다. 최고 13만원을 내고 티켓을 산 뮤지컬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쉽사리 ‘네’라고 답하기 힘들다. 

뮤지컬 '조로'중 앙상블과 배우 김선영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집시 스피릿의 전형을 보여준 배우 김선영 이영미(이네즈 역)의 존재감이 빛난다. 주역들 외에 앙상블들이 숱한 고생을 했음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대작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냉철하다. 오래 기억에 남는 ‘쿵’ 소리나는 감동의 뮤지컬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조로’가 공연되는 블루스퀘어 ‘3층은 아예 사석’이라는 극장에 대한 불만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블루스퀘어 하우스매니저에 대한 불만도 한마디 더해야겠다. 늦게 입장한 관객을 뒤쪽 빈자리가 남아있음에도, 공연에 집중하고 있는 여러 관객을 헤쳐 나간 후 앉을 수 있는 가운데 원래좌석에 앉혀주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하우스매니저가 왼쪽 시야를 가리고 늦게 입장한 관객이 오른쪽 시야를 가려 결국 ‘조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중요한 장면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다. 뮤지컬 전용관에 맞는 직원교육이 실시되야 할 듯 싶다. 2012년 1월 15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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