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가을, 스크린에 연하남들이 몰려온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한예슬 송중기 주연의 ‘티끌모아 로맨스’와 김하늘 장근석 주연의 ‘너는 펫’, 17일이 개봉일인 장서희 정석원 주연의 ‘사물의 비밀’과 김혜선 김산호 주연의 ‘완벽한 파트너’, 그리고 12월 개봉 예정인 손예진 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까지.
이들 영화들은 모두 연상녀와 연하남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경향은 드라마 ‘불굴의 며느리’ ‘애정만만세’ ‘천 번의 입맞춤’ 등 브라운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속 연하남 열풍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2011년 대한민국 영화계는 왜 더욱 연상녀-연하남의 로맨스에 주목할까. 이는 여성들의 사회적인 지위와 위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30-40대 소위 ‘능력 있는’ 여성층이 문화의 주된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그들의 숨겨진 욕망과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스토리가 각광받고 있는 것.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이제 여성들은 ‘백만 탄 왕자’를 기다리고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캔디가 되길 거부한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그녀들이 이제는 자신을 보호해주기보다는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 귀여운 남자들을 꿈꾼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결혼시기가 늦춰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골드미스’들과 ‘돌싱녀’들이 많아졌고, 여성들의 이상형에도 수정이 가해졌다는 것.
영화 ‘너는 펫’의 주인공 지은이(김하늘 분)는 잘 나가는 패션지 에디터, ‘사물의 비밀’ 이혜정(장서희 분)은 촉망받는 사회학과 교수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서툴고, 늘 배고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녀들에게 다가온 연하남들은 그녀들 위에 군림하려 들지도, 뭐가 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성들은 지은이를 ‘주인님’으로 모시고 맹목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애완남’ 강인호(장근석 분)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마냥 부러워한다. 실제로는 벌어지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 오갈 데 없는 한량으로만 보였던 강인호는 알고 보니 세계적인 무용수임이 밝혀진다. 잘 생기고 귀여운 데다 능력까지 겸비한 연하남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티끌모아 로맨스’ 역시 로맨틱 코미디지만 ‘너는 펫’보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 주인공 구홍실(한예슬 분)과 천지웅(송중기 분)은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천지웅은 연하인 데다 능력도 의지도 없는 백수지만, 구홍실은 그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남자들에게 보호받길 원하던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사물의 비밀’은 더 은밀한 시선으로 여성들의 욕망을 바라본다. 40대 여교수 혜정은 자신의 논문 연구보조로 일하는 20살 청년 이우상(정석원 분)을 지켜보며 속으로만 감정을 키워나간다. 우상을 완벽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될수록 그 앞에 나설 자신이 없다. 벌써 ‘4’로 시작하는 자신의 나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우상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혜정의 욕망은 결국 채워진다. 감독은 여성들의 판타지에 손을 들어줬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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