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세기 초 미네징거(궁정연희가수)들의 목숨 건 노래 경연대회가 열렸던 바르트부르크 성의 무대홀은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배경이자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100석 규모의 예배실, 연주홀 등을 갖추고 지금도 예배와 연주가 열리는 이곳은 중세 영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옹호와 후원을 실감케 한다. 그중 절정은 루터의 방. 교회개혁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신변의 위협을 느끼던 루터를 보호했던 곳이 바르트부르크 성이었다. 루터가 호족으로 변장한 채 1년간(1521년) 머물며 라틴어로만 돼 있던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소박한 나무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한 평 남짓의 작고 낡은 방에서 기독교 역사를 바꾸는 뜨거운 작업이 이뤄졌다는 게 감동스럽다.

바르트부르크 성을 돌아본 후 ‘탄호이저’ 악보와 바그너 콜렉션이 전시된 바그너 박물관(로이터 빌라), 학생 시절의 루터가 3년간 하숙한 ‘루터의 집’도 둘러볼 만하다. ‘루터의 집’은 ‘바흐하우스’ 인근에 있다.
아이제나흐=김은진 자 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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