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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트’ 김재철, 날 선 눈빛 속 부드러운 카리스마(인터뷰)

입력 : 2011-10-27 09:39:00 수정 : 2015-08-18 16: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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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히트’(감독 이성한)에는 낯설면서도 어딘가 친근한 외모의 주인공이 한 명 등장한다. 주인공 한재석의 오른팔이자 친구인 짱구 역을 연기한 배우 김재철(29)이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 불리는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낮지 않다. 늘 얌체공을 들고 다니는 그는 극중 한재석이 분한 바지와 팀원들의 성공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일을 처리한다. 날 선 눈빛 속,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김재철은 충무로에서는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학로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연극배우다. 각종 CF에도 얼굴을 내비친 경험이 있어 신인이지만 친근한 인상을 풍기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고3 때 연기에 매료돼 동아방송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2008년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극무대에 뛰어 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광수생각’ ‘순정만화’ ‘칠수와 만수’ 등 화제작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갈고 닦았다.

연극에 이어 영화 ‘바람’에 출연한 그는 이성한 감독과의 인연을 계기로 ‘히트’에까지 발탁됐다. 아직은 신인이라 몇몇 포스터나 크레딧에 빠져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주연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훤칠한 키와 외모, 날카로운 눈빛 뒤에 숨겨진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배우 김재철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지난 23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영화계에서는 무명 신인에 가까운데, ‘히트’에서 꽤 비중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 마냥 좋기보다는 부담스러웠다. 영화는 연기기술과 현장경험이 중요한데 아직 준비가 덜 된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시사회 날, 함께 연기한 배우와 함께 갔는데 둘이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손을 꼭 잡고 봤다. 다행히 ‘연기를 좀 더 다듬으면 나도 어딘가에 꼭 필요한 배우가 되지 않겠나’라는 희망 같은 게 보였다.

- ‘바람’에 이어 ‘히트’까지 연달아 캐스팅됐다. 이성한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인가.

▲ 잘은 모르겠는데… ‘바람’을 찍을 당시 내 역할이 원래보다 비중이 낮은 역할로 대체됐었다. 난 그것만으로도 좋고 고마웠는데. 감독님이 배역에 개의치 않고 ‘화이팅’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극중 주요 배역인데 영화 홍보 당시 부각이 별로 안됐다. 얼굴이 빠져 있는 포스터도 있더라.

▲ 서운한 마음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나오면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니까. 홍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배들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내 주변 사람들이 더 서운해 했다.(웃음) 역할이 크나 작으나 시켜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이성한 감독님은 나를 처음으로 믿어준 사람이다. 서운해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재석씨, 박성웅씨 등 선배님들도 정말 잘 챙겨주셨다.

-극중 배우 박성웅과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박성웅 선배님이 선글라스를 끼고 포스터에 나왔는데, 그 모습을 나로 오인한 분들도 계셨다.(웃음) 내 꿈이 바로 박성웅 선배다. 주인공만을 꿈꾸며 달려가는 배우보다는 많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 선배님은 어떤 배역도 작품 속에서 잘 묻어나게 만드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외모가 닮았다는 소리에 선배님이 기분 나쁘실까 걱정은 되지만, 나는 한 마디로 영광이다.

- 영화를 처음 보신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 우선 큰 화면에 아들 얼굴 나오니, ‘너 보느라 영화는 자세히 못 봤다’고 하시더라.(웃음) 다시 극장에 오셔서 보시겠다고. 고3 때 연기를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후 10년 만에 결과물을 보여드린 터라 뿌듯했다. 당시 ‘돈도 백도 없이 어떻게 시작하려고 그러니’ 걱정하셨는데… 이제야 첫 단추를 뀄다는 생각이 든다.

- 영화에 출연하기 전 연기경력이 궁금하다.

▲ 대학시절 ‘번지점프를 하다’ ‘하면 된다’ 등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 있다. 26살, 군대를 다녀왔는데 연극에 도전하고 싶었다. 연극은 거의 매일 무대라는 심판대에 올라가 배우로서 트레이닝을 할 수 있고, 연기에 관한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무대에 처음 서 보니 어땠나.

▲ ‘아, 이거구나’ 했다.(웃음) 많은 분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박수를 받으니 전율 같은 게 느껴졌다. 왜 많은 선배님들이 ‘연극은 배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는지 깨달았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느낀다. 죽을 때까지 연극과 무대는 놓지 않을 생각이다.

- 국립극단 단원으로도 선발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해 국립극단 단원으로 뽑혀 6개월간 배우 훈련과정을 거쳤다. 정단원이 되기만을 고대했는데, 재단법인화 되면서 단원제가 폐지되고 말았다. 당시 실망과 충격이 컸는데 바로 ‘히트’에 캐스팅돼서 ‘전화위복’이었다고나 할까.(웃음)

- 이제 스크린과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 그렇게 되고 싶다.(웃음) 영화 했으니 앞으로 잘 풀리겠다는 말도 듣는데, 그런 기대나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뭔가에 기분이 붕 떠있는 걸 싫어한다. ‘히트’를 촬영할 때도 그랬다. 배우는 상처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중간에 내가 잘못해서 배역에서 잘릴 수도, 연기에 대한 평가가 나쁠 수도 있다. 그래서 선뜻 설레발치는 게 겁이 났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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