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절한 발라드로 음원차트를 평정한 지아는 정작 슬픈 사랑의 아픔을 아직까지 못 느껴봤다. ‘음원차트의 여왕’이라고 칭찬하자 “자장가로 듣는다고 하더라”는 답이 돌아온다. 심심하면 뜨개질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게임 서든어택과 함께 한다.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어울릴 것 같지만 차가운 소주를 함께 하고 싶은 지아다.
최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지아와 만나기 전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음악이야기로 인터뷰지를 가득 채웠다. 지아가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 과정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인사를 나눈 뒤 몇 마디가 오가자 음악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 노래도 매력적이지만 지아의 독특한 매력은 그 이상이었다.
지아는 방송활동을 안 하는 대표적인 가수다. 그럼에도 매 앨범이 음원차트 정상을 휩쓴다. 비결을 묻자 “차트 상위권에 내 노래가 있으면 아직도 신기하다. 사랑의 아픔을 겪은 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실 만한 가사 때문에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더니 곧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다보니 자장가로 듣는다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감이 돼 듣건 자장가로 듣건 어찌되었건 지아의 노래를 찾는 이들이 많은 건 분명하다. 특히 음반보다 음원이 대중적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더 좋은 척도라는 점에서 ‘음원차트의 여왕’이라 불리는 지아의 저력은 더욱 빛난다. 이번 앨범 ‘Avancer’역시 발매와 동시에 타이틀곡 ‘내가 이렇지’가 1위에 ‘헤어진 첫날’이 10위권에 올랐다.
지아는 사랑이 다가오고 시작하는 행복한 순간부터 이별과 그 후 후회의 아픔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이번 앨범에 써내려갔다. 한층 성숙해진 애절한 목소리로 전체적인 감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이지만 “녹음하는 기간에 감기로 고생을 했는데 힘들게 노래를 하니까 슬프게 들리고 아픔이 더 잘 묻어나더라”는 것이 지아의 유머러스한 설명이다.
더 재미있는 건 지아는 아직까지 슬픈 사랑의 아픔을 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남자친구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데 모두 학교 친구 정도였어요. 그래서 슬픈 사랑의 아픔을 못 느껴봤죠. 대신 슬픈 영화를 많이 봐서 그 느낌으로 감정이입을 해요. 곡을 받고 가사를 보면서 비슷한 영화 속 주인공의 심정에 동화되죠. 이별에 아파하고 매달리는 그런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생각해요. 물론 평소엔 이해하기 어렵지만요(웃음)”
영화가 지아의 애절함의 원천인 셈이다. 그만큼 지아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밖에도 뜨개질,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퍼즐 맞추기 등을 즐긴다. 하지만 지아는 “그렇다고 여성스럽진 않다. 시작하면 물론 잘 하겠지만 아직까진 요리도 못 하고 무엇보다 다소 폭력적인 게임을 좋아한다. 최근엔 ‘서든어택’을 가장 즐겨 한다”며 웃었다.
지아의 시원시원한 입담을 듣고 있자니 그녀가 왜 방송출연을 안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지아는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2008년과 2009년 당했던 두 번의 교통사고를 언급했다. “안 그래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데 큰마음을 먹고 방송을 하려고만 하면 교통사고가 났다. 그러다 보니 더 두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인 목표는 방송출연이에요. 공연을 통해 차츰 관객과의 거리를 줄여가고 있죠. 요즘엔 멘트도 많이 하는데 반응이 좋으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안 웃어주면 금방 사그라지겠지만요(웃음)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여가수들을 보면 부러워요. 박정현 선배님을 비롯해서 노래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하는 선배님들은 말할 것도 없죠”
지아의 또 다른 바람은 가요프로그램 1위다. 그렇게 되면 방송에 나가야 한다고 말하자 지아는 “1위 후보가 돼서 나가야 한다고 하면 나갈 수 있다. 카메라 울렁증이 중요하겠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음원차트 1위로는 할 수 없는 무대 위에서의 수상소감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아가 카메라 울렁증을 극복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빠를지 가요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올라 반강제적(?)으로 방송무대에 오르는 것이 빠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법하다.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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