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7일 고리사채를 갚지 못하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일본에 원정 보내 출장 성매매 업소에 취업시킨 뒤 소개비 등을 뜯은 부산의 사채업자 박모(34)씨를 비롯한 폭력배 등 12명을 성매매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또 박씨 일당의 협박과 회유로 원정 성매매에 나선 20대 여성 43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채업자 박씨 등은 연리 190% 초 고리의 선급금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1000만∼3000만원씩 빌려준 뒤 갚지 않을 경우 “눈 딱 감고 한 달만 고생하면 3000만원은 번다”고 속여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일본 성매매 업소로 송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에 건너간 여성들은 하루 10여 차례씩 성매매를 해도 수익금 40%를 제하고, 숙박비 등의 명목으로 뜯기는 바람에 대부분 돈을 벌지 못한 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여성은 성매수남을 가장한 40세 전후의 한 일본인이 제작한 몰카 동영상에 노출되는 바람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 일본인은 모텔 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한국 출장 여성들을 부른 뒤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는 이 음란물을 일본 성인사이트에 올렸고 순식간에 한국 인터넷으로도 유포됐다. ‘한국 연예계의 슬픈 사정’이라는 시리즈로 21편이 공개된 이 영상에서 일본 남성은 자신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렸고 여성의 민낯은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얼굴이 공개된 한 여성은 부산의 모 여성인권센터를 찾아 “죽고 싶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또 다른 한 여성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영상을 분석해 이 남성의 민얼굴과 이름이 ‘다카하시’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최근 일본 경시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이 ‘다카하시’씨가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 역에서 반한류 1인 시위를 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하는 점을 미뤄볼 때 반한 감정을 갖고 의도적으로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몰카를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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