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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서평집 나란히 펴낸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 2011-10-09 17:28:37 수정 : 2011-10-09 17: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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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세계무대 나가려면 고전에 바탕 둬야
“남의 글 쓰고 가르치는데 탕진했지만…‘문학교육자’로 불려졌으면 좋을 것”
“우리 책이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현대 소설 속에 어떻게 융합돼 있으며, 앞으로 또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요. ‘심청전’은 우리 문학의 큰 뿌리로 구원의 빛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추적한 것이죠.”

평론집 ‘한국문학, 연꽃의 길’
문학의 최전선에서 쉼없이 현장 비평을 해온 문학평론가 김윤식(75)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평론집 ‘한국문학, 연꽃의 길’(서정시학)의 저술 배경에 대해 10일 이렇게 설명했다.

“심청전을 모티브로 채만식과 최인훈씨는 ‘심봉사’(1936)와 ‘달아 달아 밝은 달아’(1978)라는 희곡을, 황석영씨는 ‘심청’(2003)이라는 장편소설을 썼어요. 또 뮌헨올림픽 때에는 재독 작곡가 윤이상씨가 오페라 ‘심청’(1972)을 공연했고요. 채만식, 최인훈, 황석영, 윤이상씨가 심청전을 모티브로 여러 장르 작품을 창작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죠. ‘심청전’이라는 고전이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한국문학 구원의 길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 거죠.”

모두 6부로 구성된 ‘한국문학, 연꽃의 길’은 최근 잡지 등에 발표한 평론을 모은 것이지만, 제6부 ‘심청전을 위한 문학적 변명’만은 이 책을 위해 그가 특별히 쓴 글이다. ‘심청전’이라는 고전이 어떤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변용될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그는 “‘춘향전’은 전북 남원이 무대인 반면 ‘구운몽’은 당나라였다”며 “‘구운몽’은 세계에 제일 알려져 있고, ‘심청전’은 근래에 발굴돼 알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학 교육자로 불리는 게 좋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심청전’을 모티브로 하는 채만식·최인훈씨의 희곡, 황석영씨의 소설, 윤이상씨의 오페라 주요 내용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풍자 작가인 채만식씨는 심청을 풍자로 사용하죠. ‘심청전’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봅니다. 최인훈씨는 시대적 배경을 임진왜란으로 해 심봉사가 심청을 술집에 팔고 심청은 여러 곳을 전전하는 기구한 운명으로 그리죠. 황석영씨는 심봉사가 심청을 팔지만 심청은 상해로 가 큰돈을 벌어 일본 등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와 중이 되는 것으로 끝맺어요. 윤이상씨는 오페라에서 심봉사뿐만 아니라 함께 온 모든 맹인이 눈을 뜨는 것으로 바꿔 전 인류의 구원으로 해석하고요.”

그는 그러면서 “현대 문학을 하는 작가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려면 고전에 바탕에 두고 나가야 한다”며 “‘심청전’은 이런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또 소설가 박완서(1931∼2011)씨의 팔순을 기념하며 쓴 ‘못 가본 그 길이 정말 더 아름다울까’와 ‘소설적 허구에 대한 이청준의 생각 엿보기’, ‘4·19세대와 한국 문학’ 등을 통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기도 한다.

서평집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
한편 김 교수는 서평집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강 펴냄)도 나란히 펴냈다.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각종 문예지를 통해 소개된 소설을 분석하며 우리 문학의 생생한 지형도를 그려낸다. 박민규 김연수 백가흠 등 젊은 작가부터 성석제 윤대녕 등 중견 작가와 박완서 최일남 등 원로작가까지 76명이 쓴 111편에 대한 느낌과 해설을 달았다. 그는 ‘책 머리에’에서 “그달 그달 발표된 작품 읽기란 참으로 난감한 모험의 연속이었다”며 “이 나라 작가들의 혼신의 글쓰기가 ‘작가별 묶음’이란 재구성을 통해 다소나마 흐름과 행방을 뚜렷이 할 수 있다면 현장비평의 작은 보람일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1962년 ‘현대문학’에 ‘문학사방법론 서설’이 추천돼 등단한 그는 2000년 8월 ‘한국현대문학비평사론’으로 순수저작 100권을 돌파하는 등 문학 최전선에서 왕성한 글 읽기와 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남이 쓴 작품을 읽고 글을 쓰고 가르치면서 인생을 탕진한 사람인데요, 저는 문학 교육자로 불리는 걸 좋아합니다. 최근 국사교과서 수정을 놓고 말썽이 많은데, 이는 집필자들이 시대를 달리 보기 때문이죠. 세대마다 연결할 수 있는 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문학입니다. 문학 작품은 세대를 드러내고 시대를 연결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문학교육자라고 생각해요.”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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