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흡연했지만 기소유예 판정을 받았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내 검찰과 방송사는 지드래곤 흡연에 대해 관대한 조치를 내렸지만 일본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일본 최대 기획사 에이벡스는 6일 오후 합작 홈페이지(www.ygex.jp)에 공지문을 올리고 “11월6일 예정된 지디&탑의 싱글 ‘오 예’ 발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이 일본 사회에 끼칠 영향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전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에이벡스는 일본 팬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의 조사 내용과 기소유예 처분 등의 정보도 소개했다. 일본 매체들은 지드래곤과 탑의 합동 음반뿐만 아니라 23일 예정된 빅뱅의 베스트 앨범 ‘더 베스트 오브 빅뱅’ 발매 역시 연기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일본 측의 이 같은 조치는 ‘출연을 제재할 이유가 없다’던 국내 방송사들의 입장과 전혀 달라 놀랍기까지 하다.
지드래곤은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인기인 빅뱅 멤버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그런 가수가 대마초를 흡연한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출연한다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은 뻔하다. 앨범 발매를 중단하고 양해를 구한 일본 측의 조치가 ‘도덕적인 상식’인 것. 하지만 YG와 국내 방송사들은 ‘법적인 무죄’만을 강조하고 있다.
지드래곤은 책임감과 반성을 운운하던 5일 오후 서울 인근에서 아웃도어브랜드 ‘노스페이스’ 광고 촬영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지드래곤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논란 속에서도 촬영을 강행했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책임감’은 도덕성에 대한 책임감이 아닌 광고계약에 대한 책임감이었던 모양이다.
지상파 방송 3사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KBS, MBC, SBS는 ‘기소유예 처분에 그쳐 법정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드래곤의 출연규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인 것. 결국 지드래곤은 대마초를 흡연했음에도 연예계 활동에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회종)는 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빅뱅의 지드래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초범이고 흡연량이 적어마약사범 양형 처리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성분이 검출된 데다 대학생인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이유다.
사건이 알려진 뒤 소속사 YG 측은 곧바로 “법적 처분은 없었지만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과 죄책감은 어느 처분 보다 더 무거운 일”이라며 “더욱 조심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드래곤이 직접 작성한 사과문이 아니다.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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