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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뱅 자메 글/핀조·송진욱 그림/박나리 옮김/노란상상/1만1000원 |
프랑스 파리의 과학박물관 수학 부서 연구자로 일하는 수학자 로뱅 자메가 쓴 이 책은 수학 무용론에 대한 한 권의 유려한 답변서다. 그는 빵을 사면서, 음악의 박자를 맞추면서, 피자 조각을 나눠 먹으면서 수학을 하고 있는 우리의 수학적인 삶을 위트 있는 문체로 그려 나간다.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에서부터 수학 덕분에 가능해진 파일 압축 이야기, 휴대전화 통신망을 잇는 안테나 설치 문제, 주식 사기를 찾아내는 데까지 이용되는 수학의 유용성은 상상 이상이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다른 학습서들과 차별화한다. 무한하게 이어지는 파이의 숫자에는 내 전화번호도 들어있을까. 컴퓨터는 곱하기를 정말 싫어하는데 한번 확인해 볼까. 이런 식으로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나오는 수학 문제는 단 2개뿐. 피자를 나눠 먹을 때 쓸 수 있는 곱셈 공식과 문제풀이 과정, 곱하기를 싫어하는 컴퓨터를 위해서 곱셈 횟수를 줄여주는 계산법이다.

헝가리 수학자 알랭 콘스는 “불행한 기분이 들면 행복해지기 위해 수학을 하고 행복하다면 계속 행복하기 위해 수학을 한다”고 적었다. 20세기 초의 위대한 수학자 데이비드 힐버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자신의 학생 한 명이 “시 쓰는 것에 집중하려고 수학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이야기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내 그럴 줄 알았네. 그 학생은 수학을 하기에는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

‘수학은 정말 쓸모가 없을까”를 놓고 변호사와 검사가 대결을 펼치는 모의 법정 장면도 재미있다. 1900년대 영국 수학자 하디가 연구한 정수론은 그의 사후 30년이 지나 은행이나 군대에서 사용되는 암호 해독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며 변호사는 수학의 유용성을 주장한다. 반면 검사는 “수학이 쓸모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수학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쓸모 없음에 수학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성인들도 수학공부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하며 학창시절을 후회할 만하다. 노란상상의 ‘그러니까 필요해’ 시리즈는 곧 역사, 과학, 음악, 미술편 등이 간행될 예정이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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