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패키지·전용스파 등 신설… 여성고객 공략 탈피 男心 잡기 나서
강남에 위치한 더리버사이드호텔은 지난 8월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하면서 국내 최초로 남성 전용 스파를 열었다. 국내 최대인 약 4000㎡(1200평)의 대규모 공간에는 피로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테라피룸뿐 아니라 개별 모니터가 장착된 수면의자에서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릴렉스룸도 마련됐다. 또 한의사가 상주하면서 혈압, 체지방 측정 등 무료 건강검진과 상담도 해준다.
이 호텔 조기원 총지배인은 “시장조사 결과 잦은 야근과 회식 등에 지친 남성들이 편안하게 쉴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즈니스 고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남성고객 유치를 위해 과감하게 남성 전용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여성 고객을 공략해오던 호텔업계가 남심(男心) 잡기에 나섰다. 그루밍족, 매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등 여성 못지않게 외모와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늘면서 애인이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호텔을 찾도록 남성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시승, 양복 맞춤 등 각종 서비스와 혜택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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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들이 남성들이 좋아하는 수입 자동차 시승이나 정장 맞춤 서비스 등으로 남성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최근 VIP 서비스에 초고가 수입차 시승과 수입 브랜드 정장을 맞춤 재단해주는 ‘CEO 패키지’를 내놨다.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타고 서울 시내를 1일간 돌아볼 수 있고,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 조르조 아르마니의 재단사가 룸으로 직접 찾아와 맞춤 재단을 해준다. 객실에 제공되는 선물도 기존에는 여성고객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이나 초콜릿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패키지는 넥타이와 구두 광택 및 음료 쿨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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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비즈니스 방문차 투숙했다가 피로를 풀거나 커플 마사지를 받는 남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혼자 피부 및 모발 관리를 받기 위해 스파를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
신라호텔도 지난 8월 BMW의 최신형 4종 중 하나를 선택해 1박2일간 시승할 수 있는 여름 패키지를 기획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여성 고객이 전화로 문의하고 실제 예약과 지불은 남성들이 했는데 이 패키지는 유독 남성들의 문의 전화가 많았다”면서 “4개 룸 한정으로 다른 여름 패키지에 비해 고가였는데도 판매 기간 내내 만실이 돼 비슷한 패키지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패키지를 이용한 고객은 대분분 30대 가족 및 연인이었다.
혼자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을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아내나 애인에게 선물이나 이벤트를 해주기 위한 장소가 아닌 자기만의 휴식공간으로 호텔을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팔래스호텔이 지난 봄부터 선보인 싱글 패키지는 당초 여성 고객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남성 고객이 절반을 차지한다. 이 호텔 판촉본부 계은숙 이사는 “처음에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네일 케어, 저칼로리 샐러드 등을 제공했지만 주말에 혼자 이용하는 남성 고객이 늘어 책이나 영화, 와인 중 한가지 무료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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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야근이나 회식 후 편안하게 쉴 공간이 부족한 남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남성전용 스파를 신설한 더리버사이드호텔의 릴렉스룸. |
은은한 아로마 향기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호텔 스파. 흔히 나른한 표정의 여성이 침대에 엎드려 마사지를 받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요즘 호텔 스파에는 남성 고객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호텔 스파가 남성전용 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파 프로그램은 근육 이완이나 발마사지, 탈모 예방을 위한 두피 및 모발 관리다. 격한 운동이나 과로로 인해 어깨나 목 등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집중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비즈니스 방문차 투숙했던 고객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스파를 방문하거나, 아내나 애인을 위해 함께 커플 마사지를 받는 남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기 관리를 위해 혼자 스파를 찾는 남성 고객이 적지 않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장년층 비즈니스 고객보다 피부 관리, 두피 케어 등에 관심이 많은 젊은 남성 고객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의 젊은 남성 고객 혼자 스파를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호텔로서는 남성고객이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춘 데다 까다로운 요구나 항의를 하는 경우가 드문 ‘착한 손님’이어서 더 매력적인 타깃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혼자 쉬러 온 남성들은 요구사항도 적고 조용하게 지내다 가기 때문에 호텔 직원들도 반긴다”고 귀띔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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