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물류센터 등 ‘일당 1.5배’ 알바 특수
고용불안 20대 귀향 대신 구직… “서글픈 현실”

# 취업 준비 중인 김현민(28·여)씨는 이번 연휴기간에 양주 도매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성수기 비행기 값이 너무 부담스러워 아예 고향 갈 생각을 접었다. 판매와 포장을 담당하는 김씨는 10만원에 가까운 돈을 하루에 벌 수 있다는 생각에 10시간 근무가 힘든 줄 모른다. 5일 동안 50만원을 벌면 다음달 용돈으로 쓸 생각이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를 일컫는 ‘88만원 세대’가 추석을 맞아 고액 단기 아르바이트로 몰리고 있다. 명절 특수를 이용해서라도 단기 고수입을 올리려는 이유에서다. 평상시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해져 서둘러야 한다. 추석의 풍성함을 누려야 할 시기에 귀향을 접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고를 낸 경기 수원 모 물류센터에도 이날 대학생 등의 구직 문의가 쇄도했다. 물류센터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남성들만 채용하는 곳이 많아 다른 곳에 비해 경쟁률이 낮다. 하지만 하루 8시간 일하고 6만5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희망자가 많다.
추석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붐비는 대형 마트도 ‘88만원 세대’의 ‘구세주’다. 대형 마트는 서울 시내에 있는 곳이 많아 거리가 가깝고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일당이 1.5배 정도 높아서 아르바이트 지원자가 3∼4배 몰린다. 지점마다 40∼50명이 더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갇힌 ‘88만원 세대’의 비극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학뿐만이 아니라 추석 연휴에도 집중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그들의 고민이 묻어나는 서글픈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희망제작소 한순웅 회원재정센터장은 “학생들이 부모님을 돕고자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삶은 윤택해졌지만 대학생들은 낭만이 없고 더 살기 어려워졌는데 책임은 우리 사회를 잘못 설계한 기성세대들에게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조민중·김유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