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일성대학 언어학 교수가 들려주는 평양

입력 : 2011-09-09 21:54:40 수정 : 2011-09-09 21:54:40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박기석 지음/글누림/2만원
JS 156 - 평양에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박기석 지음/글누림/2만원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고려항공 JS-156편에 오르니 붉은 자주색 제복의 훤칠하고 예쁜 아가씨가 반겼다.

“자리표를 보여주십시오.”

평양말이 귀에 설었지만 정감있는 우리말이었다. 비행기가 막 이륙한 직후 기내 스피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띠를 매 주십시오.”

매혹적인 여성의 목소리에 취했지만 금새 박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지금은 ‘안전띠’라는 말도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양행 비행기에선 박띠라는 말만 썼다. “신문 좀 갖다줄래요?”라고 부탁하니 “예 인차 올리겠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차’라는 말도 ‘올리겠습니다’라는 말도 모두 귀에 설었지만 모두 정겨운 우리말이었다.

두음법칙을 사용하지 않는 ‘로동신문’이나, ‘신덕샘물’이나 모두 낯설었지만, 우리말이 맑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외국생활을 오래하다 우리말을 들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기내방송을 듣고 나서 비상구 쪽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멎을 때까지 금속고리를 앞으로 제끼면 됩니다.” 

“이 구역을 도끼로 까시오./CUT OUT IN THIS AREA.” 위험할 때 탈출을 위하여 써놓은 실감나는 표현들이다. 여기저기에 적어놓은 글들이 다 그런 식이다.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합니다.’ ‘짐은 앞좌석 의자 밑에 놓아야 합니다.’

우리말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런 순수한 평양말 덕분이었다. ‘로동신문’에 나타난 평양식의 글 또한 나를 감동시켰다. 아파트를 ‘살림집’이라고 한다든지, ‘드세차다’ ‘따라앞서다’ ‘걷어치우다’ 등은 남쪽에선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이 책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언어학을 강의하는 박기석 박사가 들려주는 평양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평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평양말과 글을 연구하고 풀이해 보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우리말연구소를 차려놓고 있으며, 김일성대 문학대학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에는 김일성대학, 백두산 금강산 대동강 등 최근의 북한이야기도 담겨 있다. 8·15 광복 이전의 우리 대중가요와, 북한식 남녀 사랑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김용출 기자“이 구역을 도끼로 까시오./CUT OUT IN THIS AREA.” 위험할 때 탈출을 위하여 써놓은 실감나는 표현들이다. 여기저기에 적어놓은 글들이 다 그런 식이다.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합니다.’ ‘짐은 앞좌석 의자 밑에 놓아야 합니다.’

우리말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런 순수한 평양말 덕분이었다. ‘로동신문’에 나타난 평양식의 글 또한 나를 감동시켰다. 아파트를 ‘살림집’이라고 한다든지, ‘드세차다’ ‘따라앞서다’ ‘걷어치우다’ 등은 남쪽에선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이 책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언어학을 강의하는 박기석 박사가 들려주는 평양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평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평양말과 글을 연구하고 풀이해 보존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우리말연구소를 차려놓고 있으며, 김일성대 문학대학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에는 김일성대학, 백두산 금강산 대동강 등 최근의 북한이야기도 담겨 있다. 8·15 광복 이전의 우리 대중가요와, 북한식 남녀 사랑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김용출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