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개봉한 한국영화 ‘숨’은 작지만 큰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유명한 감독나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장애인여성의 삶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시종일관 여배우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갖은 성폭력과 비리에 시달려온 중증장애인 여성의 일상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다시금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숨’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은 여배우 박지원이다. 실제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인 그는 이번이 첫 연기도전이었음에도 깊은 내면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말을 통한 완벽한 의사소통은 힘들지만 몸짓이나 시선을 통해 여주인공의 심리를 내밀하게 표현했는가 하면, 여자로서 하기 힘든 과감한 노출까지 불사하며 호연을 펼쳤다.
현재 한일장신대에 재학중인 박지원은 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 활동보조팀 간사로도 활동중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서면인터뷰 내용.
- 첫 영화연기에도 내면연기가 빛났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었나.
▲ 막상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갈 때는 ‘어떤 배우가 돼야지’하는 생각 같은 건 안했다. 극중 캐릭터에 너무 오버해서 연기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몰입해야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 첫 장면에 남자친구와의 베드신이 등장한다. 첫 연기에, 여자로서 하기 힘든 장면이었는데 어떤 각오로 찍었나.
▲ 시나리오 분석할 때도 그렇고, 촬영할 때도 오로지 여주인공 수희 생각 밖에는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 시간만큼은 난 수희야. 수희니까 해야 돼.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찍었다.
- 극중 수희처럼 실제 장애인시설에 있어 본 적은 없다고 들었다. 극중인물의 삶에 대해 느낀 점은.
▲ 내 입장에서 수희를 보는 삶은 한 마디로 비참하다. 하지만 나도 수희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면 수희와 똑같았을 것 같다. 수희가 시설 안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아서 살았던 것 처럼.
- 처음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소감은 어땠나.
▲ 무척 신기했다. 큰 스크린에 내가 나온다는 게. 지금도 내 모습 같지가 않다. 몸은 분명 내 몸인데 뭔가에 홀려 움직이는 사람 같았다.
- 배우를 계속 할 생각인가. 앞으로의 계획은.
▲ 마지막 남은 학기 마무리 잘하고 싶고 열심히 일하고 싶다. 배우는…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웃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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