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의 탄성·내구력이 경기력 좌우
유리·탄소섬유 재질 개발 ‘기록 혁명’ 장대높이뛰기는 폴(장대)의 마술이 펼쳐지는 경기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도움닫기에서 수평으로 생긴 힘을 장대를 이용해 수직으로 바꾼 뒤 몸을 최대한 높이 들어올려 크로스바를 떨어뜨리지 않고 넘어야 한다. 따라서 단거리 스피드, 도약력, 균형감, 마무리자세가 모두 요구되는 종목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갖췄어도 좋은 장대가 없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장대의 재질이나 무게, 길이 등에 특별한 제약은 없지만 장대의 탄성과 내구력이 선수의 기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대높이뛰기의 기록은 장대의 발달과 흐름을 같이한다. 1911년까지 서양호두나무나 물푸레나무가 장대의 재질로 쓰였는데, 당시 남자 세계기록은 3m55에 불과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에서 등장한 대나무 장대에 힘입어 1912년 4m 벽이 깨진 데 이어 4m77까지 기록이 향상됐다. 이후 1945년 알루미늄 장대가 등장해 1960년까지 사용됐지만 단단하고 무거워 대나무 장대나 별 차이가 없어 기록은 4m88에 그쳤다.
그러나 1961년부터 ‘요술지팡이’로 불리는 유리섬유와 탄소섬유 재질의 장대가 쓰이면서 장대높이뛰기에 ‘혁명’이 일어났다. 이 재질은 탄력이 좋아 장대의 위치를 더 높이 잡을 수 있고 많이 휘어져 그만큼 에너지를 더 축적시킬 수 있어 기록이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1985년부터는 탄소 코팅 처리한 첨단 특수 유리섬유를 활용해 탄성과 내구력까지 보강한 장대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붑카가 1994년 이탈리아에서 세운 6m14이며, 여자 선수 중에는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러시아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2009년 스위스에서 세운 5m06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