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데뷔한 코요태는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이다. 1994년 데뷔한 쿨은 해체를 겪었고 범위를 넓혀 봐도 DJ DOC와 신화 정도가 전부다. 그만큼 코요태는 혼성그룹으로서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멤버교체와 빽가의 투병 그리고 김종민의 군입대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코요태로 활동해온 기간이 무려 14년째다.
그간 여러 혼성그룹이 ‘제2의 코요태’에 도전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코요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 이유를 묻자 “전 세계에 신지 빽가 김종민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제2의 코요태는 나올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 명의 조합이 아니면 코요태의 색깔을 낼 수 없고 이 조합은 나올 수 없다는, 원년멤버 신지의 자부심이다.
빽가 역시 “신지가 말한 것처럼 이런 멤버는 절대 못 모은다. 셋이서 딱 10년 됐다. 취미도 관심사도 전부 다른데 그 와중에 이상하게 맞는 코드들이 있다. 그게 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종민은 “공통점이 있다면 코요태로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목표다. 그것이 가장 크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의 가요계가 코요태의 전성기 때와는 달라졌다는 것도 이유다. 신지는 “많은 분들이 ‘제2의 코요태라고 나왔는데 잘 안됐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점차 안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작여건도 예전만 못 하다. 요즘엔 아이돌이 대세라 그런지 한 번 실패하면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4년차 혼성그룹 코요태의 최고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신지는 “6집 때 빽가 들어오고 지금의 멤버 세 명이 같이 1위를 차지했을 때다. 그 해 대상후보에도 올랐다. 정점이 그때였다. 나이도 셋 다 20대 중반에 너무 잘 맞았고 모든 것이 즐거웠던 때다. 깁스하고도 무대 올라갔을 정도로 힘든 줄을 몰랐다”고 회상했다.
코요태가 최근 발매한 새 앨범 ‘굿굿한 코요태’(Good Good Han Koyote)는 최고의 영광의 순간이었던 당시만큼이나 중요한 앨범이다. 빽가가 뇌종양을 이겨냈고 코요태는 변신을 시도했다. 세 멤버는 “이번 앨범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코요태는 선공개곡 ‘이제와 싫다면’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이제와 싫다면’은 코요태표 신나는 댄스곡이 아닌 애절한 미디엄템포 발라드곡으로 신지와 김종민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빽가의 중저음톤 랩이 애절하게 다가온다. 타이틀곡 ‘굿굿타임’은 코요태의 신나는 스타일에 팝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신지는 처음으로 랩에 도전했다.
이밖에도 어크스틱 악기로 편곡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극대화시킨 ‘우리 사귀자’도 눈에 띈다. 코요태표 댄스곡도 담겨있다. 큰 틀은 유지한 가운데 다양한 도전과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종민은 “코요태로 10년 이상 해왔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코요태표 댄스음악을 원하는 분들도 있어서 적정선을 찾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코요태는 “같은 것만 가다보면 어느 순간 도태 돼버리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변화를 나쁘지 않다고 받아들이신다면 다음 앨범에는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 코요태가 나아갈 방향이 정해질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14년간 최고의 혼성그룹 자리를 지켜온 코요태에게 이번 앨범은 또 다른 시작이자 도전이다.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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