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국부 허비하면 승천못해 이무기의 전설이 있다. 물속에 사는 상상의 동물인 이무기가 갖은 고난 끝에 용이 돼 하늘로 승천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이무기가 용이 되는 데는 전제조건이 존재한다. 차가운 물 속에서 500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따르는 물고기 무리가 2500마리가 넘어야 한다. 특히 다른 이무기들과 호수 등의 지배권을 놓고 싸워 승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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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전국부장 |
이무기는 전설 속에만 있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GNP) 3만달러의 선진국 꿈을 이루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신흥국들이 바로 이무기들이다. 선진국은 후진국과 신흥국들의 로망이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 풍요, 복지시스템 구축 등 최상급 스탠더드를 갖춰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선진국행 여정에는 경쟁자와 난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후진국으로서는 유일하게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뛰고 있는 대표 국가다. 하지만 출발선에서 발을 뗀 이후 근 10년째 속도를 못내 목적지가 멀다.
우리나라는 1995년 1인당 GNP가 1만달러를 넘고 2007년 2만달러에 진입했다. 그러나 2008년 다시 1만달러대로 떨어진 이후 2만달러 선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많지 않다. 선진국 진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왜 그런가.
2018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이때부터 노동생산 인구는 급감하는 반면 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급증한다. 이는 국가의 성장엔진 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2018∼2020년까지 1인당 GNP가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꿈을 접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 모두가 선진국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해야 할 시점이다. 국력을 하나로 모으고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줄 촉매제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K-POP을 중심한 한류의 세계화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조선, 정보기술(IT) 등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호재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점프할 수 있도록 반발력 강한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나 우리 앞에 호재만 놓여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방해할 최대 악재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갈 길 바쁜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정략적인 복지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그것이다. 무상복지 확대 경쟁을 하며 여야 정치인들이 흔들고 있는 포퓰리즘 깃발은 나라곳간을 거덜낼 수도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서민들을 위한 복지의 확대는 당연한 선택이다. 서민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는 중산층을 확대하고 국민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궁핍을 모르는 부자에게까지 빈자와 똑같이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는 국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 역사는 선택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에 경도된 국가의 실패 사례를 교훈으로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이 최적의 본보기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 국부(國富)를 키울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는 “복지지출이 과다하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고용사정도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복지까지 나빠지는 트릴레마(trilemma·삼중고)에 빠지게 된다”면서 “트릴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민들의 복지 욕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선진국 등극을 꿈꾸는 나라에게 무상 복지의 과도한 확대는 독(毒)이다. 재원 마련 방안이 없을 경우 그 독성은 배가된다. 우리의 국부는 선진국 기반을 다지기 위한 투자에 쓰여져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통일을 대비해 막대한 국부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국부를 지금 다 나눠 쓸 심산이 아니라면 국민의 힘으로 무상복지 포퓰리즘 물길을 돌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민대협약이라도 체결해야 한다. 무서운 기세의 포퓰리즘 쓰나미에 쓸려가 승천하는 용은커녕 실패한 이무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환기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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