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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의 연극家 사람들] ‘인생의 리허설’을 ‘아시테지 여름축제’에서 경험하다!

입력 : 2011-08-05 00:22:01 수정 : 2011-08-05 0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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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강연회, 다양한 공연 속에서 인생의 맛을 알아간 어린이 그리고 어른

극작가 겸 연극놀이 강사 김미정은 7월 29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아시테지 여름축제 특별강연회, <김미정의 어린시절 연극적 놀이>에서 "놀이는 삶을 위한 리허설이다"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삶을 배워나가고 알아나간다"고 피력했다.  즉 아이들은 자신이 관찰한 걸 재조합하고 창조하는 '놀이' 속에서 삶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박정기는 <박정기의 연극 이야기>에 강연자로 나서 "연극은 '약속'이자 '협동'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며 '연극'이 한편의 '인생'과 닮아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아시테지 축제가 이런 기초 계단을 탄탄히 해주고 있어 든든하다"며 아동청소년 연극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국내 최대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인 제19회 아시테지 여름축제'(7월 26일~ 8월 7일) 의 페막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Korea/아시테지 코리아, 이사장 김병호)가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호주, 프랑스, 일본 등의 해외작품을 포함하여 국내외 12개 극단의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이외 특별강연회, 워크샵 등 부대행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 제대로 놀아보자! 어른 아이 모두 즐겁다. 베이비도 즐겨요!
 
▲ 극단 민들레의 베이비 드라마 ‘꽃 사랑’= 생후 24개월 된 영아와 감각언어로 소통하는 국내 최초 베이비 드라마이다. 신기한 건 7세 딸아이와 함께 이번 아시테지 축제 프로그램을 관람한 결과 이 (무료)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평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엄마의 자궁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텐트안에서 연극이 펼쳐진다. 이 때부터 아이들의 기대감은 업(up)된다. 한국 전통의 삼신할머니 설화에 기초한 줄거리에 아이들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있는 반짝 반짝 빛나는 별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 식이다. 이미지와 소리, 촉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아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다양한 연주 및 장치가 등장한다. 요란하지 않고 정갈하게 하나 하나 진행되는 점 역시 흥미를 잡아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소품을 만지거나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누구하나 제지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듯이 공연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편, 극단 민들레는 제 1회 마로니에 축제에 참가해 8월 8일과 9일 양일간 연극 [똥벼락]을 선보일 예정.

▲ 자파리연구소의 ‘오돌또기’= 작은 초가집을 배경으로 제주도 어머니의 삶과 동네 꼬마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상상력의 일인자인 아이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깨알같은 놀이장면들이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아이돌보기, 오줌싸게 놀이, 빨래놀이, 해녀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 1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만든다. 아이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어른들의 동심도 자극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작은 소품 외 특별한 대사 없이 3명 배우들이 의성어와 몸짓만으로 극을 이어간 점이 흥미롭다. '해녀 이야기' 부분에서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놀이가 잘 결합된 장면을 연출했다.

▲ 일본극단 투알맨션의 ‘브레이크 오 ’=마임을 기본으로, 댄스, 아크로바틱, 마술 등을 섞어 신체의 다이나믹함을 보여주는 일본의 거리극 단체 투알맨션(to R mansion)이 이번엔 한국에서 사고를 쳤다. 그것도 제대로 쳤다. 양복을 뒤집어 쓰고 있어 무형의 물체로 보이던 머리 없는 양복입은 사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해졌다. 마네킹처럼 부동자세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동작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제주도 돌고래 쇼, 검색대 통과 에피소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티켓 찾아주기, 다라이(대야)의 용도 에피소드, 빨간 줄로 표현해낸 새로운 세계등 7개의 에피소드들이 극을 꽉꽉 채운다. 정신없이 극이 돌아가는 가운데 피식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이 압권이다.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해내는 판타지와 유머가 어우러져 유쾌한 난장판이 아울소극장에 벌어진 것이다. "갖다 버려"라고 말하는 일본 배우의 반복적 말투는 은근 중독성이 있어 아이들이 자꾸 따라한다. 공연제목인 '無?講(부레이코우)’이란 ‘규칙에 눈을 감고, 마쯔리(축제) 소동을 일으키다’ 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 인형극의 놀라운 발견

▲극단 로.기.나래의 ‘옛날옛날 금강산에’=전래 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새롭게 각색한 국악인형극이다. 옛날옛날 금강산에 살았던 나뭇꾼의 이야기인 셈이다. 배우 고은경과 이주희의 성우 뺨치는 목소리와 익살맞은 표정연기가 극 몰입에 도움을 주는 작품. 한국 전통가구로 꾸며진 무대,  청아한 대금소리와 병풍, 한지, 동양화 등을 소재로 했다. 부채 모양의 영사막에 선녀의 목욕장면을 펼쳐보여주며, 큰 가면과 작은 인형을 동시에 사용해서 아이들의 주의를 꽉 잡아뒀다. 쥐나라 장면과 선녀가 사는 하늘나라를 보여줄 땐 극중극을 보는 느낌으로 무대를 다채롭게 꾸몄다.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예총회관 화랑 2실에 자리한 책 놀이터에서 동화책 '선녀와 나뭇꾼'을 보며 머릿 속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이전엔 원작동화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던 아이가 공연 뿐 아니라 동화책을 집중도있게 끝까지 읽는 모습 역시 기억에 남는다. 

이번 작품은 14회 서울프린지페스티벌(8월 11~27일)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26일과 27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1만원에 관람가능.

▲ 창작공동체 얼굴과얼굴의 ‘책속나라 옥신각신 토끼, 자라 이야기’=우리나라 설화 '수궁가'를 각색했다. 거짓말 대장이 토끼가 바보 같은 정직함을 지닌 자라의 우직함에 감동받아 난생처음 남을 위해 지혜를 짜낸 후 아름다운 우정을 맺는다는 이야기이다. 조그마한 아기자라까지 등장해 부성과 모성을 자극한다. '바다와 육지, 거짓말과 진실'이라는 물리적·정신적 공간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인형극예술의 환타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네 가락과 익살스런 인형들의 연기가 합쳐져 완성도를 높혔다. 특히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이야기 전개의 치밀성을 잘 구현하고 있는 점이 놀라웠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코드 역시 놓치지 않았다.

■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즐긴다

▲호주의 인사이트 아츠의 ‘솔트부쉬’ =요술카펫 위에 그려지는 호주의 다양한 자연과 배우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이다. 직접 카펫 위에서 즐기는 아이들은 신나고 멀리서 구경하는 부모들은 그리 흥이 동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는 시골에서 무더운 여름밤에 쳐 놓는 모기장을 연상시키는 공간 속에 들어가서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을 만나고 온 장면에서 가장 신나했다. 자연의 무대가 되는 요술카펫은 미세한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수소재로 만들어져, 영상과 소리에 대한 반응을 카펫 위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바닥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문양과 신비한 분위기가 한 몫한다. 아이들은 카펫 위에 새로운 그림이 펼쳐질 때마다 배우들과 함께 탐험하고 춤을 춤으로써 상상여행에 동행한다. 한편, 솔트부쉬 (Saltbush)는 (염분이 있거나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라는) 명아주과(科) 관목을 총칭

▲프랑스의 ‘100킬로와 그의 코끼리’=“100킬로와 그의 코끼리”는 과거 서커스 예술가였던 100킬로라는 별명을 가진 한 사내와 그의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배우 실배인 루켄은 "100길로는 꿈을 꾼다. 열정이 있기 때문이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 컴퓨터화 되어가는 가운데 사라져가는 추억과 꿈을 무대로 불러낸다. 뚜렷한 서사가 존재하기 보다는 1인극을 하는 배우의 쇼를 보며 그의 과거와 현재의 감회를 넌지시 알게되는 식으로 극이 이어진다. 무대 뒤에 자리한 보물상자에서 끊임없이 물건이 나오고, 순식간에 변하는 주인공의 얼굴이 압권이다. 그의 친구인 4인가족 코끼리가 등장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문제없어' '잊지 마'라고 하는 대사에 한 사내의 인생관이 담겨있었다. 다만 꼬마 관객들은 작은 소품들에 열광할 뿐 사내(100킬로)의 마음 속으로는 온전히 들어가지 못한 듯 보였다.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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