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처리 月 17건서 넉달간 511건으로 크게 늘어
방어행위 입증할 목격자 등 필요… 경찰청 예규화 추진
김모(56)씨는 지난 5월 중순 대구의 한 병원에서 한밤중 난동을 부렸다. 자신의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간호사 이모(25·여)씨의 태도가 너무 무성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는 이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2차례 때리고 이를 말리는 의사에게 흉기를 꺼내 위협하는 시늉까지 했다. 그러자 간호사 이씨는 자신의 목을 잡고 때리려는 김씨의 손가락을 깨물어 버렸다.
과거 같으면 김씨와 이씨 모두 폭행과 상해 피의자로 경찰에 입건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씨가 “나도 손가락을 깨물렸다”며 쌍방 폭행임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현장 CCTV 분석을 통해 간호사 이씨의 행동을 김씨의 폭행을 막기 위한 소극적 방어행위로 판단, 이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싸움이 나면 맞는 게 상책’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경찰이 지난 3월 초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을 하달한 이후 불가피한 방어폭력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침 시행 전인 1월 17건에 불과하던 경찰의 정당방위 처리건수가 3월 63건, 4월 144건, 5월 158건, 6월 146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시행 4개월 동안 모두 511건이 정당방위로 처리된 것. 511건 가운데 203건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나머지 308건도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이 종료됐다. 경찰서로 사건이 넘겨지기 전 지구대나 파출소 등 지역경찰의 초동조치 단계에서 정당방위로 처리된 사례도 54건이나 됐다.
음식값 지불 문제로 손님과 시비가 붙었던 대전의 한 음식점 주인 강모(54)씨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은 사례다. 강씨는 지난 5월 “음식이 상했다”며 욕설을 퍼부으면서 음식값 지불을 거절한 홍모(31)씨와 말싸움을 하다가 얼굴과 배, 옆구리 등을 10차례 맞았다. 이에 강씨는 홍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는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홍씨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 경찰은 종업원의 진술과 현장 CCTV 분석 등을 통해 강씨가 홍씨의 발을 때린 점은 인정되지만, 강씨가 입은 피해보다 중하지 않고 추가적인 폭행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정당방위로 판단했다.
경찰은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침해행위에 대한 방어행위 ▲먼저 도발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을 제시했다. 경찰은 현재 업무지침 형태로 하달된 정당방위 처리지침을 경찰청 훈령이나 내부 범죄수사규칙 등 형태로 예규화하는 안을 10월까지 경찰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목격자의 진술”이라며 “맞는 게 상책이라거나 싸움은 말리지도 참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목격자)의 참여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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