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과다 방치하면 빈혈·잦은 피로 주부 김모(42)씨는 중학생 딸(15)이 생리가 보름이 넘도록 멎지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20일이 넘도록 계속되는 데다 얼굴이 창백해지며 빈혈 증세를 보여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하루 동안 입원한 뒤 약 처방을 받고 퇴원했다.
여성에게 매월 한번 씩 찾아오는 생리는 너무 오래 해도, 양이 너무 많아도 건강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아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여성의 첫 월경 시기는 평균 11.98세로 1970년 14.4세에 비해 3세가량 빨라졌다. 청소년 시기부터 건강의 척도인 생리량과 생리기간에 관심을 갖는 것이 건강 지키기의 기본이라는 게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 |
산부인과 의사가 한 내원자와 상담하고 있다. 생리를 지나치게 오래하거나 양이 많으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지나친 월경과다는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근종 등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월경은 임신에 대비해 두꺼워졌던 자궁내막이 수정과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쓸모가 없어지면서 탈락돼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월경량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혹은 장기간 월경을 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고장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 정상 여성의 월경주기는 21∼35일이고, 기간은 2∼7일이며, 한 차례의 생리량은 20∼60㎖ 정도이다. 만약 80㎖ 이상(작은 요구르트병 이상)의 생리가 나오거나, 10일 이상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경이 과다한 원인은 생식기 이상, 혈액 응고 장애, 전신 질환, 임신 중 출혈 등 매우 다양하다. 월경량이 많으면 빈혈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만성적인 빈혈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월경 과다는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근종 등 ‘여성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월경량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며, 만성빈혈이나 부인과 질환이 많이 진행되어 악화한 상태로 병원을 찾게 된다.
◆빈혈, 피로감, 숨 찬 증상이 동반될 때는 ‘건강 적신호’
월경 과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 폴립, 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 그리고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이상 없이 월경 과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월경과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능성 자궁출혈(비정상 자궁출혈)은 구조상의 이상 없이 비교적 월경 주기는 일정하면서 자궁내막이 비정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원인이며, 대부분 약물 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다.
월경량이 많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 내 헤모글로빈수치가 점차 낮아지고, 빈혈 증상이 점점 심해지며 잦은 피로와 함께 쉽게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심한 경우 심장질환까지 유발하게 된다. 특히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근종 등의 부인과 질환이 생리 이상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받고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통제, 호르몬 치료로 조절 가능해
월경과다로 진단이 된 경우에는 환자의 출혈이 배란성인지 무배란성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배란 여부를 검사한다. 배란성 자궁출혈은 출혈량을 줄이기 위하여 호르몬을 분비하는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거나 NSAID와 같은 진통제 혹은 경구피임제나 지혈제를 사용한다. 배란을 하지 않는 기능성 자궁출혈의 일차적 치료에는 경구피임제나 호르몬제가 이용되며, 이때에도 호르몬을 분비하는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월경량을 줄일 수 있다. 치료의 선택은 환자의 출혈량과 결혼 여부, 출산경험, 연령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자궁근종이 원인일 경우 예전에는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최근에는 근종만 제거하거나 골반경 자궁동맥결찰술, 자궁동맥색전술 등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이들 수술은 자궁을 보존하고 수술 후 합병증도 적은 편이어서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수술하기보다는 별다른 증세가 없을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받으면서 지속적인 관찰을 하는 것이 좋다. 폐경기 이후 출혈이 있다면 특히 유의해야 하는데,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통해 철저하게 원인을 밝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 고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