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장대비가 80m 높이의 동두천 마차산을 휘감았고 이내 흙더미와 나무토막 등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암자 ‘도솔암’을 덮쳤다.
이 암자에는 비구니 박모(60·여) 스님과 남편 문모(66)씨, 여동생(57), 조카 김모(11)양 등이 이날 있을 선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여 아침식사를 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박씨의 사망한 여동생과 조카는 전남 지역에서 어렵게 살다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이날 암자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중앙동 중앙성모병원 영안실에 모여든 유족들은 “선친 제사라고 해서 오늘 모이기로 했는데 이렇게 줄초상이 날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고 오열했다.
용인에서는 병가를 낸 동료 대신 우편물 배달을 하다 실종당한 집배원이 있어 주위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용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차선우(29)씨가 27일 오후 1시5분쯤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 부근에서 우편배달을 하다 하수구에 빠져 실종됐다. 차씨는 몸이 불편해 장기 병가를 낸 동료의 배달구역을 인계받아 근무한 지 5일째 되는 날 사고를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하수구에서 차씨의 우의 바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차씨가 금어천으로 떠내려 갔을 것으로 보고 수색 중이다. 차씨는 폭우로 도로에 물이 불어나면서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된 하수구에 빠져 사고를 당했다. 차씨는 새로 맡은 배달구역 지리에 익숙지 않아 사고 당일에도 해당 구역의 배달 경험이 많은 선임 집배원 남모(45)씨와 함께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받던 중이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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